하강과 위험
하강은 하강 확보물(anchor),로프,로프에 마찰을 일으키는 기구나 방법,그리고 그것에 매달려 내려오는 사람이 4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먼저 하강할 때 매달리는 무게를 충분히 견딜 수 있는 튼튼한 확보물에 로프를 두 가닥으로 걸쳐 하강하려는 곳으로 나란히 내려 뜨린다.
하강하는 사람은 이 로프를 직접 몸에 감거나,하강기구에 걸어 로프와 마찰이 일어나게 해서 아래로 떨어지려는 몸을 로프에 매달려 있도록 해준다. 즉 로프와 마찰을 일으켜서 내려가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이때 한손(멈춘손)으로 로프를 잡고 마찰의 세기(내려가는 속도)를 조절한다. 하강을 끝낸 다음 결려있는 두 가닥 로프 중에 한 가닥을 잡아당겨 로프를 거둔다.
하강하는 방법을 간단하게 말하면 이와 같이 줄여서 얘기할 수도 있지만,하강할 곳을 고르고, 로프를 걸어둘 하강 지점을 만들고, 내려가려고 하는 곳까지 로프가 잘 닿을 수 있도록 로프를 걸고, 알맞은 하강방법을 골라 출발자세와 내려가는 속도,몸 움직임 같은 정확한 하강기술을 마련하는 따위의 작은 것 하나에는 꼼꼼하게 신경을 써야 비로소 안전하게 내려 올 수 있다.
암벽등반을 처음 하는 사람들은 하강을 좋아한다.올라갈 때는 뛰어난 기술과 좋은 힘을 가지고 있어야 암벽등반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지만,초보자들은 대부분 떨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그리고 힘과 요령이 모자라 오르는 것을 힘들어 한다. 그러나 하강은 간단한 방법만 배우면,별다른 어려운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깎아지른 벽을 시원하게 내려올 수 있다. 경험많은 등반 가 들은 사실 하강을 좋아하지 않고 올라갈 때 보다 더 많은 신경을 쓴다. 통계로 보아도 하강할 때 일어났던 사고는 대부분 큰 사고인 것을 알 수 있다.
하강은 올라가는 것과는 달리 몸무게가 하강기구 전체에 계속해서 전해지고,그때 만일 하강지점,매듭,로프,하강기,멈춤손 따위에 어떤 문제라도 생기면 그것은 바로 비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이제부터 하강할 곳을 고르는 요령부터 로프를 거둘 때까지 안전하고 올바른 하강법을 배우기 위해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하강할 곳 고르기
등반을 하기 전에는 먼저 "어디로 어떻게 내려갈 것인가."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등반 중에 더 이상 오를 수 없으면 여러 가지 방법을 써서 내려올 수 있다.이것은 어디까지나 시간과 체력이 남아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등반을 마치고 하강할 곳을 찾을 때는 이미 시간과 체력을 많이 써 버린 다음이어서 하강길을 알 수 없을 때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북한산 인수봉이나 도봉산 선인봉과 같이 우리가 늘 오르내리는 곳이 아니고 처음 가보는 바윗길이라면 반드시 "어디로 어떻게 내려올 것인가."를 미라 알아보고 생각해서 등반을 시작해야 한다.
하강해야 할 곳이 분명히 내려다보이고 로프가 땅에 충분히 닿는 것을 쉽게 학인할 수 있다면 다른 것에 비해 쉽게 하강을 할 수 있다.그러나 몇 번에 걸쳐 하강을 해야 하는 곳이라면 몇 가지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어느 쪽으로 하강을 해야 안전하고 빠른 것인가.앞 쪽으로 내려가는 것이 좋은지,아니면 뒤쪽으로 내려가야 할지,다음 하강을 준비할 넓은 바위턱이나 서 있을 만한 발판은 있는지,로프는 그곳까지 닿는지,그곳에 다시 로프를 안전하게 걸 수 있는 고정 확보물(하강지점)은 있는지,없다면 하강지점을 만들기 위해 걸어둘 충분한 장비를 가지고 있는지,대개 하강지점에는 이미 박혀있는 하강 확보물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많다.
한번도 하강한 적이 없는 하강길을 몇 번에 걸쳐 내려가야 할 때,어디가 알맞은 하강지점이고 어디에 하강 확보물이 있는지를 알 도리가 없다.미리 하강길에 대해 알아봤거나 오르기 전에 하강지점을 잘 살폈다고 해도 순조로운 하강을 기대한다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것과 같다.하강지점에 나무나 틈새가 있다면 직접 나무에 로프를 걸거나 틈새에 여러 가지 확보물들을 걸어 하강 확보지점을 만들 수 있지만, 정말 재수없는 곳에서는 작은 틈새조차 없을 수도 있다. 이런 최악의 조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바위에 볼트를 박을 수 있는 장비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바위에서 어디로 하강해야 할지 잘 모를 때는,그 지역의 등반경험이 많은 사람에게 물어 보는 것이 좋다. 어떤 때는 자기가 올랐던 곳으로 내려오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준비와 정확한 판단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출처 : 암벽 등반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