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확보물이 안전한 등반의 기초가 되듯이 하강에서도 든든한 하강 확보물이 첫 번째로 중요하다.믿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등반자들은 이따금 하강 중 뽑히거나 부러질 위험이 있는 하강 확보물에 아무 생각없이 로프를 걸고 하강을 한다. 작년 가을까지 안전하게 하강을 하던 나무가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서 하강 중 통째로 뽑히거나, 하강 확보물로 쓰던 볼트 2개중에 1개가 부러져 하강하던 사림과 기다리던 사람 모두 떨어지는 사고가 종종 일어나고 있다.
하강 확보물은 나무,모난 바위,구멍 바위,쐐기돌, 바위덩어리 같은 자연 확보물과 마땅한 자연 확보물이 없을 때 쓰는 볼트,피톤,여러가지 확보장비 따위를 박거나 걸어서 만든 인공 확보물이 있다.이런하강 확보 물들은 생각할 것도 없이 100% 완벽하고 튼튼해야 하며,그 장소도 알맞아야 안전한 하강을 할 수 있다. 하강 확보물은 내려가는 곳 가장자리 가장 아래쪽에 만들어야 그만큼 많이 내려갈 수 있고,혹시 로프가 몇 미터 모자라는 때도 대비할 수 있다.또 하강 한 다음에 아래에서 로프를 거두기 위해 끌어당기는 일을 쉽게 해 주고 돌을 떨어뜨리는 위험도 줄인다.
하강 확보물을 만들 장소를 고를 때는 특히 로프를 거둘 때 일어날 만한 문제점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로프가 내려오면서 주변에 불안정하게 놓여 있던 바위를 떨어뜨릴 위험은 없는지,로프를 걸어둘 때 로프를 묶은 매듭이 틈새에 낄 우려는 없는지,떨어지는 로프가 아래로 좁아 드는 틈새 속으로 기어들어갈 우려는 없는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하강로프가 날카로운 바위 모서리에 걸리거나 밋밋하게 둥근 바위면에 로프가 많이 닿으면,하강하며 내려오는 사람 몸무게 때문에 로프가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바위와 로프가 마찰을 일으켜 로프에 많은 상처를 줄 수 있다. 또 로프를 거둘 때도 마찰 때문에 로프가 많이 상한다.(그림6-2a,b)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는 하강 확보물을 될 수 있는 대로 높게 만들어야 하고,필요할 때는 연걸줄로 길 게 이어서 로프를 거두기 쉽고 마찰을 가장 작게 할 방법을 찾는다.(그림6-2c)
자연 확보물
자연 확보물 중에 가장 좋은 하강 확보물은 크고 뿌리가 든든하게 박힌 살아있는 나무다,우리 나라 사람들은 보통 나무에 직접 로프를 걸어 하강하지만(그림6-3a)로프를 거둘 때 마찰이 일어나 나무가 상하고, 자연보호에도 어긋나며 나무 수명을 짧게 해 훌륭한 하강 확보물을 없애는 결과가 된다.바람직한 방법은 나무에 연결줄을 두르고 연결줄에 하강 로프를 거는 방법이다.(그림6-3b,c)나무에 하강 로프를 두룰 때는 보통 나무 밑동을 쓰는데,좀더 튼튼한 하강지점을 만들기 위한 방법이다.그러나 나무가 아주 튼튼하다면 밑동보다 오히려 조금 높은 곳에 로프를 걸어야 바위와 마찰이 적어 거두기 쉽고,돌이 떨어질 위험이나 로프가 상하는 것을 줄일 수 있다.
오래된 덤불숲이나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난 나무를 하강지점으로 쓸 때는 조심해야 한다.설마 부러지거나 뽑히지는 않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은 무모한 짓이다. 이런 나무를 할 수 없이 써야 할 때는 또 다른 확보물과 같이 써야 하고, 이때 두 지점을 잇는 연결줄의 각도는 반드시90º를 넘지 않아야 두 곳으로 힘이 나눠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그림6-4a)
하강을 하기 위한 자연 확보물에는 나무말고도 모난 바위나 구멍 바위,바위 덩어리,그리고 바위틈에 끼어 있는 쐐기돌 들도 쓸 수 있다.자연 확보물들이 얼마나 튼튼한지는 눈으로 획인하고 두들겨 보아 알 수 있다. 모난 바위에 하강 로프를 걸 때는 연결줄에 걸어 써야 마찰 때문에 로프가 상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더구나 모난 바위에 거는 연결줄을 코드 슬링으로 걸려면 그림6-c,d와 같이 코드 슬링이 말려 올라가 벗겨질 위험이 있어 그림 6-5a,b와 같이 꼭 웨빙 슬링으로 걸어 쓰는 것이 안전하다.
인공 확보물
하강을 하기 위해 쓰는 인공 확보물은 등반자가 하강을 하기 위해 직접 확보물을 걸거나 볼트,피톤 따위를 박아야 할 때도 있고, 이미 다른 사람이 박아놓은 큰 볼트 같은 고정된 확보물을 쓸 수도 있다.직접 확보물을 거는 방법은 '제8장 확보물 걸기와 선등'에서 자세하게 다루고 있어 여기에서는 하강 확보물로 쓰는 방법에 대해서만 말하고자 한다.
보통 예사로 쓰고 있는 하강길에는 자연 확보물이 있고,없을 때는 볼트나 피톤 같은 하강 확보물이 박혀있다. 이 확보 물들은 앞서간 사람들이 무사히 내려갔을지라도 다시 꼼꼼하게 살펴 보아야 한다. 확보물이 불안해 보이면 다른 확보물을 더 걸거나 새로운 하강 확보물을 만들어서 쓴다. 하강을 위해 확보물을 건다는 것은 그 확보물을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몇 사람의 생명을 잃는 것보다는 몇 만원 짜리 장비를 버리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생각이다. 이따금 볼트 하나에 로프를 걸고 하강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죽기를 서두르는 일다.
a.확보물이 하나만 빠져도 하강용 고리가 연결줄에서 빠져 나와 아주 위험하다.
b,c.하강 무게가 확보물 하나에만 걸려 큰 충격이 전해지면 확보물이 잇달아 빠진다.
d. 비스듬하게 하강 때는 한쪽 확보물에만 무게가 걸리고, 연결줄 사이의 각도가 크면 확보물 하나에 매달리는 것보다 더 큰 무게가 걸린다.
e. 비스듬하게 하강할 때는 한쪽 확보불에만 무게가 걸린다.
f. 확보물 한개가 빠져도 다른 확보물이 보호할 수 있고, 비스듬하게 하강해도 두 확보물에 무게가 똑같이 나뉘어 전해진다.
g. 바위 상태가 나쁘거나 조각날 우려가 있을 때는 확불 높이를 다르게 해서 연결줄 사이 각도를 줄여줄 수 있다.
h. 여러개의 확보물을 똑같은 이음법으로 연결하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하강지점을 만들 수 있다.
자주 쓰고 있는 하강 길에는 보통 두 개 이상의 볼트(또는 다른 확보물)에 여러 겹의 연결줄이 걸려 있는데,때로는 하강용 금속 고리가 같이 걸려 있는 곳도 있다. 오랫동안 햇볕을 받고 눈과 비에 젖었던 연결줄은 쓰지 않아도 저절로 약해지고,많은 사람들이 하강하면서 로프와 잦은 마찰을 일으켜 아주 못 쓰게 된 것이 많다.
따라서 꼭 자기가 가지고 있는 연결줄을 새로 묶고 하강 로프를 걸어야 한다. 이미 걸려있던 연결줄은 날카로운 확보물 모서리에 새로 묶은 연결줄이 상하는 것을 막아줄 수 있어 끊어 버릴 필요가 없다.하강용 금속 고리는 하강한 다음에 로프를 거두기 쉽게 하는 아주 편리한 것이다. 그러나 로프를 걸기 전에 금속 고리가 튼튼한지를 살펴야 한다. 특히 용접한 곳을 살펴보고 용접한 곳이 볼트에 걸리지 않도록 돌려 놔야 한다.
하강고리가 끊어졌다는 말은 들었어도 새로 걸은 연결줄이 끊어져 사고가 났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혹시 하강용 금속 고리가 약해 보이거나 불안하면 금속 고리 옆에 잠금 카라비너를 걸어둔다.카라비너 길이보다는 금속 고리의 길이가 짧아 하강할 때 무게는 금속 고리에 실리지만 혹시라도 금속 고리가 부러졌을 때 잠금 카라비너가 자기 목숨을 연장시킬 수도 있다.
같이 내려가는 사람들 중에 가장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이 먼저 내려 갔을 때 금속 고리가 무사하다면 마지막으로 내려가는 사람이 잠금 카라비너를 거두고 내려온다.또 매듭하지 않고 박음질로 이어진 연결줄을 하강에 쓸 때는 연결줄을 잘라서 다시 매듭을 한 다음 걸어야 한다. 박음질한 곳은 튿어질 수 있지만 잘 묶은 매듭은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확보물 두 개를 연결줄로 이어서 하강할 때는 두 개 중에 한 개가 빠져도 로프가 연결줄을 빠져 나오지 않도록 바르게 걸어야 한다. 그럼6-6e와 같이 하나 하나의 확보물에 연결줄을 묶어 로프를 걸거나, 그림6-6f,g,h 와 같이 연결줄을 똑같은 이음법(Equalizing)으로 연결한 다음 로프를 건다.
출처 : 암벽 등반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