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한웅큼 푹 빠져나간듯한 허탈감으로 아침부터 거실로 또는 안방으로 그리고 다시 서성거리며 뭔가 홀린것 같은 느낌으로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다.
" 산에가야 하는데..." 베낭은 왜 안챙겨 놓았을까? " 등반장비는 어째서 모두 넣어 놓았지?"내가 왜 그랬지?"
중독이 된것이 틀림이 없다.지난 수 십년을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산에 있거나 바위에 붙어서 하루를 보내거나 한지가 말이다.그래서 지금 금단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잠시 앉아 마음을 잡아 보지만 역시 허사이다.일단 밖으로 나가보기로 하였다.
이곳은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이다. 이 콘크리트 건물에 숨이 막힐것 같지만 그래도 이곳에서 나는 꽤나 오래 살았나보다 이제는 익숙해져 조금은 무디어져 가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곳 아파트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바로 이런 자연이 그대로 숨쉬고 있는 미나리깡에 도착을 하게된다.도시와 농촌이 길 하나를 놓고 서로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늘 개구리 소리가 들리고 풀벌레 소리가 들리는 전형적인 시골 모습이 말이다.
논두렁길을 따라 몇 발자국만 걸어가면 이렇게 탐스럽게 자란 미나리 사이로 개구리도 있고 거머리도 있고 그야말로 농촌의 한적한 논둑길을 걸어보는 느낌이 꾀나 괜찮다.
한쪽에서는 이렇게 미나리 수확이 한창이다.같이 들어서서 거들어주고 싶었지만 방해만 할것 같애서 참았다.
한가롭기만 한 논두렁길을 걸어 보았다.아주 어렸을때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비추어진다.잠시 논두렁에 앉아 깊은 상념에 쌓여본다.
다시 발길을 돌려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아파트 녹지에 이렇게 보리를 심어 아직도 수확을 하지 않았다.지금쯤이면 진즉 수확을 했어야 하는데 이렇게 자연 그대로 놓아 두었다.그동안 얼마나 내가 바쁘게 살았는지 이런곳이 있는줄도 몰랐다.
이렇게 보리밭과 아파트 단지라니 조금은 어울리지 않을듯 하지만 참으로 잘도 어울린다.어떻게 이런 발상을 할 수 있었을까??
보리밭 가장자리에 이런 원두막까지 지어 놓았다. 옛생각이 저절로 난다.
잠시 보리밭을 바라보며 또한번 깊은 상념에 잠긴다.
참으로 바쁘게 달려왔다. 단순히 앞만 바라보며 말이다.
작년12월부터 5월말 까지의 악몽같은 시간속에서 얼마나 고뇌하고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며 살았던가.아마도 지난 6개월이 6년을 살아온듯 까마득히 느껴진다.
이렇듯 잠시 집밖에서 산책을 하며 서성거려 보았지만 아직도 뭔가 허전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늦은점심을 먹고 밀려오는 오수를 즐기기 위해 누워보지만 역시 잠이 올리가 없다.뒤척이다 일어난 시간이 오후 2시를 넘기고 있다.간단히 물과 카메라를 가지고 차에 올라 우이동 보광사를 찾아가기로 하였다.뭔가 안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어쩌면 심신의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대웅전에 들러 108배를 올리고 댓돌을 내려오는데 다리가 후들거려 잘 걸을 수 없다.어느정도 마음은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잠시 카메라 들고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다.
보광사 대웅전의 모습이다.
대웅전의 단청 모습이다.하늘을 찌를듯한 위용을 자랑한다.단청을 보호하기 위해 그물망을 설치해 새가 앉지 못하게 해 놓았다.
보광수 용천수 모습이다.사자와 코끼리가 밑에서 받치고 있다.
대웅전 앞에서 바라본 요사채의 모습이다. 한가한 오후 시간이라 너무도 조용하다.
역시 이곳에 오기를 참으로 잘 했다.
보광사 관음전 모습이다.
주차장에서 바라본 요사채 모습이다.
사람이 살면서 조금은 여유를 갖고 살아야 할것 같다.
잠시 하던 모든것을 내려놓고 이런 충전에 기회를 갖는것도 참으로 좋을듯 하다.
또한 잠시 내려놓은 등반 언제 다시 시작할지 모르지만 당분간 모든것을 잊고 싶다.
세상을 살면서 좋은 말만 하고 살아도 참으로 짧은 인생인데 왜 그렇게 아웅다웅 했는지 참으로 후회 스럽다.
부처님께서 금강경에서 이렇게 말씀 하셨다.
"應無所住 而生基心 (응무소주이생기심)" 응당 머무른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고 하시었다.
육조 해능대사가 바로 이구절에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유명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오늘 다시 한번 이 구절을 되새겨 본다.............................고산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