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장편소설 <서산>이 던지는 국민 메시지는
서산대사가 보여준 공동선, 역사적 사실 재해석
2011년 04월 29일 (금) 17:38:00 서현욱 기자 mytrea70@yahoo.co.kr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제, 함부로 어지럽게 걷지 말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욱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니.(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청허 휴정(淸虛 休靜)의 선시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이다. 휴정은 일반적으로 ’서산대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서산 대사는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73세의 노승의 몸으로 팔도십육종도총섭(八道十六宗都摠攝)이 되어 승병(僧兵)을 모아 전란을 이겨냈다. 임진왜란에서의 공로로 국일도대선사선교도총섭 부종수교보제등계존자(國一都大禪師禪敎都摠攝扶宗樹敎普濟登階尊者)가 되었으나, 제자인 유정(惟政)에게 승병을 맡기고 묘향산 원적암(圓寂庵)에서 여생을 보냈다.

선(禪)을 중시해 선종에 교종을 일원화했고, 유(儒) ·불(佛) ·도(道)는 궁극적으로 일치한다고 주장, 삼교통합론(三敎統合論)의 기원을 이루어 놓았다. 묘향산 안심사(安心寺), 금강산 유점사(楡岾寺)에 부도(浮圖)가 서고, 해남(海南) 표충사(表忠祠) 등에 배향되었다. 해남 대흥사는 서산대사의 유의처로 이름 높다.
《청허당집(淸虛堂集)》, 《선교석(禪敎釋)》 《선교결(禪敎訣)》 《운수단(雲水壇)》 《삼가귀감(三家龜鑑)》 《심법요(心法要)》 《설선의(說禪儀)》 등이 그가 남긴 저작이다.

우리 역사 속에서 서산 대사는 ‘호국불교’와 동일시된다. 국가 환란에 계를 깨고 칼을 들었던 서산 대사의 고민은 무엇이었을까? 뒷사람을 위해 눈 덮인 길도 어지럽게 걷지 말라던 서산 대사는 왜 승병을 모아 수많은 생명을 앗는 일에 나설 수밖에 없었을까?

숭유억불, 조선의 성리학은 삼국과 고려로 이어진 불교적 전통을 극단적으로 이단시했다. 민심은 부처를 향했지만, 정치적 선택은 민심을 강제로 성리학으로 변용하려 했다. 조선의 사회적 갈등은 민심과 괴리에서 출발한 것이다. 수백 년의 세월 동안 민초들의 마음과 한 몸이었던 불교를 배격하던 시대, 왜 출가자의 몸으로 칼을 들어 계를 지키지 못했을까?

그릇된 양반문화와 부패구조, 민심과 괴리된 성리학, 국가적 환란에 성리학을 신봉하는 기득권 사대부를 대신해 민초들로 이루어진 의병과 승병이 나서야 했을까? 우리 역사에서 민초는 부각되지 않았다. 승군과 의병, 민초들의 전적이나 국가 위기를 구했던 사실조차 무시하거나 축소한다.

조선 중기, 국가 대혼란의 소용돌이에서 잘못된 역사를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민초들의 삶이 피폐하지만 부의 대부분을 누리는 소수의 특권계층은 국가의 우호적 정책의 배려로 등 따시고 배부르다. 오늘날 특권계층은 임진왜란 당시의 민초를 책임지지 않은 사대부들의 모습과 다를 게 없겠다.

사회 양극화의 극한 상황은 무한경쟁의 천박한 시장논리에서 비롯된다. 공정사회는 이 땅에 존재하지 않는다. 공정 사회는 구호일 뿐 불공정한 경쟁은 우리를 강요한다.

대하 장편소설 <서산>(지은이 신지견, 연인 M&B 펴냄)이 말하고 싶은 화두는 바로 역사적 사실의 수용이 아닌 민초들의 역사 수용 과정과 ‘공동선’을 지행했던 수행자의 고민이겠다.

선 수행자로서, 숭유억불의 시대에 권력이나 부를 갖지 않은 한 승려가 국가의 위기에 칼을 들고 일어나 민초들을 결집해 우리가 사는 국가를 지켜냈다. 누구의 국가도 아닌 우리 모두의 국가를 보여준 공동선의 실천자가 바로 서산 대사였다.

장편소설 <서산>은 우리 사회에 묻는다. 국‘공동선’이 실현되는 하나의 울타리인 국가에서 왜 양극화와 양분화의 붉골편이 판을 치는지 말이다. 임란 당시 사대부가 국가를 책임졌다. 오늘은 정치와 경제인이 국가를 주도한다. 주도할 뿐 책임은 지지 않는다. 불평등한 사회구조에서 공정사회를 떠드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우리 사회의 리더는 어떤 책임을 느끼는가? 소설 <서산>은 한 출가자의 삶이라는 역사의 거울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투사하며, 진정한 개혁이 무엇인지, 국가의 비전은 무엇인지를 이 시대의 리더에게 묻는다.

   
대흥사 주지 범각 스님과 소설 <서산>의 지은이 신지견 씨.

장편소설 <서산>은 서산대사의 유의처이자, 대사의 유품이 모셔진 해남 대흥사의 주지 범각 스님의 물심양면의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 서산대사 탄신 제491주년을 앞두고 나온 대하 장편소설 <서산>은 ‘서산 대사 성역화 사업’의 큰 발걸음을 내딛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범각 스님은 서산 대사의 이름마저 잊혀가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선가귀감> 등 서산 스님의 저술을 보면 그는 ‘대사상가’이다. ‘호국불교=서산’이라는 등식은 스님 평가의 일부일 뿐이다.

범각 스님은 “서산대사는 우리 역사서는 물론 세간에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막상 서산대사의 무엇이 알려져 있는가를 살피면 이름 외에는 별로 알려진 게 없다.”고 지적한다.

범각 스님은 지난 2007년 대흥사 주지로 부임한 후 소설가 신지견 씨에게 서산대사의 큰 사상과 공적에 대해 집필을 요청했고 이듬해 ‘서산 사상과 신자유주의’라는 연구서가 나왔다. 이후 범각 스님은 서산 대사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논문 형식보다는 문학작품이 나을 것 같다며 서산 대사를 소설화 하자는 제안을 냈다. 범각 스님의 간절함은 결국 역사적 사실로서의, 과거의 서산 스님을 소설을 통해 현대로 다시 불러와 우리 미래의 방향을 찾기 위한 인물로 부각한다.

범각 스님은 대흥사 수장고 등에 보관된 방대한 서산 대사의 관련 자료를 신 씨에게 제공했다. 출판 비용과 집필 환경을 모두 부담하는 정성을 기울인 끝에 총 10권 중 전반부 1부 5권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2부 5원은 2~3년내 완간할 예정이다.

소설 출간은 서산대사의 성역화 사업의 첫 걸음이다.
범각 스님은 대흥사에서 올리는 서산대사 탄신제를 국가적 제향(祭享)으로 복원하길 바란다. 5천여 의병승 등에 대한 명예회복과 대흥사 표충사 등의 성역화 사업 무엇보다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님은 조만간 문화체육관광부에 제향 복원을 요청하는 청원을 낼 계획이다.

범각 스님은 “서산대사의 국가적 제향이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에 의해 폐지된 이후 지금까지 복원되지 않고 있다”며 “종교가 자유로운 우리나라에서 민족의 전통 행사가 복원되지 않은 것은 큰 수치”라고 말했다.

스님은 또 “출가자에게 시주자는 민초와 같다. 서산 대사의 호국은 백성, 국민 사랑이었다 출가자가 칼을 드는 시대적 아픔은 대의를 위한 것이지만 그 근본은 중생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자승 스님은 격려의 글에 “오늘날 한국불교 교단의 대부분이 서산의 후손으로 이루어져 조선 불교를 ‘서산 불교’라고 하는 것”이라며 “숭유억불의 사회분위기에서 대부분의 승군은 공로가 폄하되고 왜곡되어 잊혀져 온 것이 우리의 역사였다”고 밝혔다. 스님은 또 “대하소설 <서산>의 발간을 계기로 서산대사의 시향이 복원되고, 의승군의 위령제도 국가 정례화해야 한다.”며 “아울러 국가적 차원의 서산대사 유의처 성역화 사업과 대사의 나라사랑 정신을 온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교육적 프로그램이 영구적으로 지속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Posted by 古山.

  1. 2013.04.2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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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훌륭한 블로그와 같은 좋은 기사, 난 정말 너무 흥분했다
  2. 2013.05.17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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