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운 이야기

어머님이 손수 쓰신 '진길전'유씨전' 유품을 정리하며

古山. 2010. 2. 15. 17:36

설날 어머님을 그리며 진길전과(陳吉傳) 유씨전( 劉氏傳)을 읽어보다.

 

어머님!~

오랜만에 어머님이 젊으셨을때 직접 쓰신 책을 바라보면서 잠시 어머님 살아 계셨을때 모습을 떠올려봅니다.

열일곱 꽃다운 나이에 우리 집안에 출가하시여 6남매를 낳아 기르시면서도 오직 당신에 안위는 생각하지 않은체 오로지 자식들이 잘되기를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기도하시다 80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신 당신!~ 이제서야 제가 철이 조금이나마 들어 어머님의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저희 어머님은 연일정씨(延日鄭氏))송강정철 (鄭澈,의 후손으로 지금의 식영정이 있는 전남 담양군 남면 일명 지실이라는 마을에서 1916년 병진(丙辰)2월12일 1남3녀중의 장녀로 태어나셨습니다.어린 시절을 소위 손에 물 한번 묻히지 않고  오로지 책읽고 글 쓰시는 일로만 소일하시던 어머님은 그리 풍족하지않는 농사꾼인 저희 아버님을 만나면서 삶이 많이 바뀌어 버렸습니다.

 

언제 집안 일이며 부엌일을 해 보셨겠습니까 만은 그래도 따뜻한 시아버지의 배려로 여자도 배워야 한다며 동네 모든 아낙들을 모아 놓고 시집온지 2년이 체 되지 않는 어린 나이에 그렇게 한글을 가르치셨다지요!~후에 제가 할머니께 들은 이야기 입니다.

 

그때 당시에 마을 사람들은 여자가 밥하고 빨래하면 되지 글은 배워서 뭐해 라고 하셨지만 어머님께서는 여자도 글을 읽을줄 알아야 한다며 동네 여자들을 가르치시며 쓰셨다는 고전 한글 소설 "진길전"과 "유씨전" 그리고 "박씨전" 일부가 제 손에 남아 젊으셨을 어머님 숨결을 조금이나마 느껴보고자 합니다. 한사코 그게 소중한것이 아니며 하찮은 것이니  버리라고 하셨던 그 책 2권과 박씨전 일부 저는 지금까지 아주 소중히 보관하고 있답니다.

 

촤측에 유씨전 가운데 진길전 오른쪽에 박씨전 끝부분 일부 모습

 

 

그때 당시 어머님께서 쓰셨던 한글 소설책의 필사본 년대를 보니 표지에는 이렇게 되어 있네요!~

전몽대연헌(旃蒙大淵獻: 乙亥, 1695) 맹추(孟春) 陳吉傳 이라고 쓰여 있으며....

 

 

뒤쪽에는 간독簡牘 을해(乙亥) 신정(新正) 謄 이라고 되어있습니다. 간독은 편지라는것은 알겠고 신정 정월에 옮겼다는 내용을 뒤 표지를 보고 알 수 있을듯 합ㄴ다..물론 진길전의 자료는 도저히 찾을 수 없으며 중국의 송나라때 이야기 인듯하며 이 소설은 1695년 그러니까 숙종23년 에 내려오는 소설이라는 이라는것 외에는 자료를 도통 찾을 수 없었습니다.

 

어머님께서 마지막 쓰셨던것이 그해 을해년 그러니까 1935년 12월26일에 마지막을 쓰셨다는 내용은 맨 뒷장을 보면서 알 수 있었습니다.그때 어머님의 나이는 열 아홉살이었군요!~

 

첫 장에는 진기전이라 라고 시작되며 송나라 옥포동이라 이렇게 시작되는 되는데  한글이지만 저는 왜 이걸 읽을 수 없을까요?

 

처음과 끝이 글씨 하나 틀어짐도 없이 아주 일목요연하고 전갈하게 쓰여 있음은 어머님의 꼼꼼함을 엿볼수 있었습니다.

 

두번째 유씨전 소설인데 겉 표지와 뒤 표지는 보이지 않으며 앞뒤 부분이 모두 떨어져 나가 정확히 언제 쓰셨는지는 알 수 없었으며 아마도 그 시기에 쓰시지 않았을까 미루어 짐작해 봅니다.평소에 그렇게 말씀 하셨기에.....

 

앞쪽의 몇장을 넘기니 유승상이라고 나오는 것으로 보아 유씨전으로 보여집니다.책은 거의 닳고 닳아 모서리 부분은 거의 닳아 없어져 있어 얼마나 이 책으로 동네 아낙네들을 가르치며 읽어주고 쓰고 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을 해 봅니다.

 

뒷 표지는 없어지고 일부 본문도 떨어저 나가 정확히 언제 쓰셨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이 책은 일부분만 남아 있습니다.간독이라로 시작되는 부분이 편지라는 이야기 인데 정확이 무슨 책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생전에 어머님께서 유씨전과 박씨전이라는 말씀을 하셨기에 그렇게 알고는 있지만 나이가 드셔서 기억이 아른거릴때 말씀하신것이기에 아무래도 정확하지는 않은듯 하였습니다.

 

내용은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고 아무튼 일부분만이 남아 있습니다. 지금도 너무나 안타까운 점 어머님이 쓰셨던 한문 글씨가 현재 제게 없다는것이 너무도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 이제 2년전 아흔둘의 연세로 고인이 되신 아버님 글씨를 한번 보겠습니다.저희 할아버지 께서는 농사는 내가 지을테니 너는 배워야 한다고 한사코 소학교를 다녔지만 도중에 그만두고 한학을 주로 하셨던 아버님께서 쓰신 이런 글씨가 제게 남겨져 있습니다.조상님들의 산소 이장및 보수를 하면서 일일히 적어 놓은 요즘으로 말 하면 메모장이라고 봐야 할듯 합니다.

 

기제 일자를 적어놓은 메모장입니다.아버님으로는 5대조 저로서는 6대조 경자범자(景范)할아버지 부터 시작해서 밑으로 대대로 기일이 적혀있습니다.또한 저희 할머니가 무남독녀 외동딸인 관계로 아버님께서 외손 봉사를 하셨습니다.그래서 외 조부모의 기일도 적혀있습니다.물론 아버님 살아계실때 까지 우리가족을 외 증조부모 제사까지 지냈답니다.평소 나 살아있을때 까지만 지내라는 유지를 받들었던 것입니다.

 

 시조부터서 우리 세대까지 직계로 적어 놓은 손안에 조그만 족보입니다.

 

 펼처보면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26대 손까지 적혀 있습니다.

 

이 글씨는 아버님 성함으로 역이 되어 있지만 아마도 큰 형님이 쓰신듯 합니다.보면 글씨체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글씨가 바로 아버님이 쓰셨던 글씨입니다.명심보감에 멋진글귀가 보입니다."순천자존 역천자망" 이라는 글귀가 보입니다.

 

거실에 길게 펼쳐놓아 보았습니다.가로 길이가 약 1.5미터 정도 되는군요!~

 

아버님께서 을사년(1965년) 3월15일에 쓰셨던 글씨입니다. 제가 6살때 쓰셨던 글씨 입니다.

 

 아버님께서 예전에 쓰셨던 책들입니다. 사약요해, 오례의, 명심보감과, 옥편입니다.

 

 이게 뭘까요? 옥편입니다.광무10년 지석영이 쓴 옥편입니다.

 

표지에 두꺼운 종이를 덧붙혀 놓아 내용은 아주 온전하게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출간된 년도를 보니 광무10년 중추 송촌거사 지석영 서  라고 되어있고 도서도 찍혀 있습니다.

 

내용또한 요즘 새로 발간된 옥편하고 비교해 손색이 없습니다.

 

 명심보감입니다.예전에 저도 몇번 본적이 있는 책입니다.많이 닳고 닳았네요!~

 

 요즘 보기에는 많이 어렵습니다.한문과 한글이 공존하며 예전 활자체 그대로 입니다.

 

 五禮儀 라고 적혀있는 책입니다.문중일을 하셨을때 적어 놓은듯 합니다.

 

이 책은

부모은중경 탑본입니다.아마도 큰 형님께서 용주사에 보관되어 있는 은중경을 탁본해 놓은것을 아버님께서 보관하고 계셨던 것 같습니다.

 

무척이나 정교합니다.탑본이라고 보기에 믿어지질 않습니다.

 

 그림이 무척이나 섬세합니다.

 

 불설대 부모은듄경이라고 시작됩니다.

 

 순수 우리글 부모은중경입니다.

 

 탑본에 참여했던 교수님들의 명단이 적혀있으며 서기1966년 5월15일에 판본 탑본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이 많은 부모님들의 자료를 막내인 내가 잠시 보관하다 이제는 제 자리인 큰 형님께 드려야 하겠습니다.늘 말씀하셨는데 저 보다는 적장자가 보관하는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되어 보내야 겠습니다.그래야  큰 손자에게 전해지고 또 손자에게 대대로 전해 질테니까요.... 잠시나마 부모님들의 숨결을 느껴 보았습니다.어찌 보면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지만 저는 무척 소중한 자료입니다.

 

참고로 저희 어머님은 1916년생으로 여든살로 고인이 되셨고 아버님은 1917년생으로 아흔둘의 일기로 고인이 되셨습니다.이제 아버님이 가신지 3년이 되어 갑니다.저 또한 50대 중반에 접어들었습니다.

부디 돌아가신뒤에 후회하지 말고 부모님 살아생전에 잘해야 한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면서 간단한 제 일상을 마감합니다. 고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