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1년 11월19일 뫼오름 동호회 승현님이 작성한 산행 후기 입니다.
사진 :고산
벌써 가을이 깊어져버려 이제 겨울을 맞아야할꺼 같네요.
아쉬운 가을을 보내야함에 좀 슬퍼집니다.
어제 청량산에서 좋은 님들과 함께 하고 올라왔습니다.
형편없지만 산행후기입니다^^
집에서...
출발전까지 가느냐마느냐 갈등하다 그래도 산이좋다 싶어 마지막 등산화끈을 동여맨다.(진해에 안 내려온다는 엄마와 좀 다투었다)
인천회원들에게 전화해서 같이 갈까 하다 별로 안 반가워(?)할꺼 같아 혼자 가는데 태후님한테서 전화가 온다..\"모야!!! 혼자가는거야? 전화해서 같이가지..."
섭섭하다며 툴툴거리는 태후님...ㅎㅎㅎ
출발전...
전철에서 내리자 마침 청솔님을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좀 늦었는지라 뛰어서 가니 반가운 님들이 아는체 해 주신다.
시냇물언니도 왔다...지리산에서 보고 첨 본다...무슨 잃어버린 가족을 만난듯 펄쩍펄쩍...ㅎㅎㅎ
한번 놀면 막(?) 놀기땜에 이미지 관리상 맨앞에 앉아 가기로하고 아예 신발을 벗고 자리를 잡는다.조용히 가야지!!...하지만...(맞은편에 고산님이 앉으셔서 이것저것 묻다가,자다가),,,시끌벅적 재미있게 놀고(?)계신 꾼들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뒤에가서 한참을 떠들었다.항상 차내 침묵을 강조하시는 용필님이 무서웠지만 대마초님의 구수한 입담을 어찌 뿌리치랴...ㅎㅎㅎ
청량산 초입에서...
넘 일찍 도착해서 차안에서 좀 더 잘까,아님 그냥 오를까 잠시 말이 오고 가다
결국 새벽참을 챙겨먹고 오르기로 하고 몇분은 컵라면물을 끓인다고 추운 날씨에 나가고 나는 손젓가락을 쥐고 여기저기 김밥,떡동냥을 다닌다.눈치받아가며 많이도 먹었네...ㅎㅎㅎ
산행시작...
4시30분인가?(몰겠다).....지금 오르면 너무 일찍 도착하겠다는둥,우리밖에 없다는 둥 하며 웅성웅성하는데 이런~ 우리보다 앞서가는 한무리의 일행이 보인다.우리와 끝까지 함께할 조연들.....[오르리].....ㅎㅎㅎ...다른 산악회 동호회인데 우리 뫼오름여성들을 아프게 한 팀이다. 한 60명쯤 되 보였는데 형편없는 산행실력에도 불구하고 아가씨들이 많아 뫼오름남성들의 부러움을 샀다.....특히 카니발님,제로삼님,대마초님은 대놓고 그쪽으로 가겠다느니 하시며....ㅎㅎㅎ...하지만 눈이 상당히 높으신 우리 용필님이 나중에 이러신걸 아시는지....\"자세히 봐...나중에 저 아가씨들 좀 더 나이가 들면 우리 뫼오름여자들보다 못날꺼야\"...기분은 좋다^^
▲ 청량산 자소봉 일충 장면
초입의 청량산의 느낌은 너무도 좋다.
도시에서는 보지 못했던 총총한 별들이 깎아지를듯한 절벽을 어슴프레 비추는데,마침 초롱불을 밝힌듯한 청량사절과 어우려져 마치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듯하다..........알싸한 새벽공기를 맞으며 그 동양화의 주인공이 돼본다...ㅎㅎ..몇몇분들과 나중에 날 밝는데로 다시와보자고 말할정도로 경치가 넘 좋다.(어두워도 다 보일정도로 별들이 무수하다)
모두들 감탄을 연발하며 오르길 잠시.....그놈의 오르리를 만난다.특히 여자들은 모두들 오늘이 첫 산행인지 별로 힘든 코스도 아닌데 징징대며 올라가질 못한다....운악산에서 힘들어 울던 첫 산행이 떠오른다.^^
나중엔 짜증도 나고 땀도 안나고해서 좀 지나갈께요 하고 비켜서 부지런히 오른다....아!!!....해가 떠 오르네....
▲ 자소봉에서 일출 후 기념 촬영
자소봉에서...
부지런떨며 자소봉 도착!
먼저 수려한 산새가 눈에 확 들어온다.전에 봤던 설악의 절벽과 또 다른 맛이다.더 정감이 간다......저 아래 민가도 보인다.
참으로 오랜만에 빠알갛게 떠오르는 해를 보며 숙연해하길 잠시....시끌한 오르리들이 사진을 찍어대며 분위기를 흐려놓는다...우리 대마초님 한 마디한다.님들이 가야 우리 아침 먹는다고...ㅎㅎㅎ....얼른 쫓은후 본격적으로 우리 찍사 고산님의 멋진 카메라로 포즈 취한후 몇 커트 찍고 처음 오신 섬님,영호님 내외분,쪽지님의 인사및 각자 소개를 간단히 한후 의상봉으로 출발!......난 여기가 정상인 줄 알았다....ㅎㅎㅎ
▲ 의상봉에서 기념 촬영 맨 왼쪽 빨간 우모복에 검은 선글라스 주인공이 산행 후기의 주인공 승현님
의상봉에서...
제법 따가워진 가을 햇볕이 부셔 썬그라스를 꺼내쓰고,이제야 막 나기 시작하는 땀이 반가워 쟈켓도 벗어 넣고 신나게 걸었다.컨디션이 좋아서인가?...몸이
가볍다.가뿐히 의상봉에 먼저 도착하여 몇몇님들과 먼저 음식들을 꺼내놓고 먹고 있으려니 오르리들과 섞여서 우리 반가운님들이 상기된얼굴로 도착들하신다........마지막 섬님까지 도착하자 본격적으로 성찬을 시작한다...미리 마셔버린 알콜들이 상당해서 별로 안나오겠지 했는데 왠걸 어디서 나오는지 술들이
쏟아진다.시냇물님이 사오신 바베큐는 인기만점이다...살짝 내놓은 내 김밥은 찬밥신세다...
찍사고산님이 또 카메라를 꺼내자 모두들 머리 매만지고 옷매무새 만지고 찰깍 찰깍~~~
▲ 하산길에서 잠시 기념 촬영중
공포의 하산길...
윽!!!...............장난이 아니다.....급경사다......낭떠러지다.......
급경사는 그렇다치더라도 낙엽이 수북한 메마른 땅은 흡사 수렁같다.디뎠다하면 뒤로 넘어지고,앞으로 엎어지고.....잡을것도 없다.가뭄이라 그런지 먼지는 풀풀거리고.....제법 큰돌들은 발만 댔다 하면 굴러가고.......낙석!낙석!......모두들 조심스럽다.처음 산행에 참가하신 섬님이 무척 고생하신다.다음 산행에도 오셔야 하는데...ㅎㅎㅎ
하도 진전이 없자 우리 암벽의 고수 태후님이 결국 나선다.밧줄걸고 한사람 한사람 잡아내린다.오르리팀도 거든다.
어째어째 나는 한번도 안 넘어지고 내려온다.중간에 경치도 구경하는 여유도 부리면서...내가 좀 대견하다...ㅎㅎㅎ
뒷풀이...
끝까지 오르리와 부딪힌다...우리가 가려던 음식점 예약을 위해 제로삼님이 전화를 했더니 오르리가 예약했다며 거절!...ㅎㅎㅎ(지겨운 오르리)
하지만 그게 오히려 잘 됐다.대타로 정한 돼지고기 숯불갈비집은 한마디로 굿이다...즉석에서 잘라 구워주는 통돼지는 적당히 시장했던 우리들을 충분히 매료시킨다.설분들이 짜고 맵다고 젓가락도 안대는 반찬들도 왜 그리 맛있는지..
나중엔 주인 아주머니까지 합석해 어울린다.우리 뫼오름회원들이 좋다며 연신 써비스는 계속되고..아직 시골인심은 살아 있었다.(나중에 음식들이 많이 남아 차안 뒷풀이용으로 유용하게 사용했다)
3시간 가까이 먹고 마시고 하면서 다른 뒷풀이보다 유독 재미있게 웃고 떠들었
다.얼핏 보았다....처음 오신 섬님,영호님 내외분,쪽지님을...벌써 친구가 돼었다.
서울로...
아이구~~~힘둘어~~~~~~~
스키장에서 상경하는 차량과 뒤엉켜 엉금엉금 ....마치 추석귀성차량같다...ㅠㅠ
8시간 가까이 걸려 겨우 올라와 막전철 인천행을 타고서야 한시름놓고,배고파 남의 눈도 아랑곳하지 않은체 전철에서 사과도 깎아먹으면서 집에 오니, 먹을것도 없어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계란하나푼 라면을 끓여먹고 억지로 씻는다...
올라오는 길에...
올라오는 길에 너무도 지겨워 눈인사만 나누던 운전기사분과 보조석에서 잠시 얘기를 나누었다.뵐때마다 참 선량하시구나..그리고 별로 걱정도 없이 사시는거 같다 했는데...
살아온 날들이 험난했고,지금도 아픈 마음 안은체 사시는 것을 알고는,평소 나는 왜 이리 불행할까 하며 자책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힘들때면 산에 올라 마음을 다스리고 온다는 그 분을 뵈면서 .....산을 알게 해준 뫼오름에 감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