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개척한 자부심으로 사후 보수 철저해야
10월7일,인수봉 크로니 길에서 일본인 20m 추락
10월7일 기상예보에는 태풍 크로사의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하였는데 예보와는 달이 아침부터 푸른 가을 햇살이 쨍하다.인수봉으로 향하는 클라이머의 발길또한 가벼워 보인다.
11시경에 119상황실에서 구조요청이 왔다. 인수봉 크로니 길 2피치에서 일본인이 20m 추락하여 절벽에 매달려 있다는 긴급상황이다. 신속하게 구조장비를 챙겨 올라가니 사고자는 로프에 매달려 있다. 일행들이 옆에서 부축을 해도 꼼짝을 못한다.고정로프가 바닥까지 닿지 않아 10m 정도를 등반하여 로프를 잡고 사고현장
에 가니 사고자는 무릎뼈까지 7cm정도 깊은 절창상을입고, 우측발목은 탈골이 된 상태다.
녹슨 볼트라 확보 않고 가다 추락
수직암벽에서의 구조기법 중 최고 어려운 작업은 추락하여 바위중간에 매달린 채로 있는 사고자를 구하는 것이다.바위가 수직이기 때문에 작업할 공간이 없다는 것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게 된다. 발 디딜틈이 없는 수직벽에서 걷지 못하는 사고자를 업는다는 것은 많은 훈련을 통해 숙달해도 지형 및 확보조건에 따라 변수가 많다.
평상시 등반 파트너로 암벽에 경험 많은 박희삼 대장에게 도움을 요청,구조작업을 진행했다. 우선 구조로프를 다시 설치하고 사고지점에 확보점을 만들어 구조자 안전에 최대한 유의했다.그런 후에 사고자가 차고 있는 등반장비를 풀고,추락에 유의하면서 사고자를 업고 하강했다.
하강시킨 사고자는 재빨리 밑에 대기하고있던 대원들이 구조들것에 고정 시킨다음 헬기 작업이 용이한 능선으로 이동하여 경기도 일산에 있는 백병원으로 후송했다.사고자는 나고야현에 거주하고 있는 일행 4명과 함께 가이드 없이 등반했다. 이들은 중급자 수준의 루트인 크로니 길을 등반하다가 2피치 구간에서 바위틈새를 지나면서 발이 밀려 추락했다. 이 구간은 다음 확보점이 멀어 옆루트인 건양 길에 있는 녹슨 볼트에 걸고 올라가야 하는데 녹이 너무 슬어 확보를 하지 않고 오르는 도중에 발생한 것이다.
등반가는 자신이 등반하려는 길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얻어서 분석해야 하고, 만약에 여의치 않을 때는 가이드나 경험자를 대동해서 등반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등반은 자기의 실력만 믿고서 등반에 나셨다가 사고간 난 것이다.
일본인 일행들이 말하길 "일본에서는 인수봉같이 화강암으로 된 바위가 없고 화산지대여서 제주도 같이 검은 바위가 많다"며 "등반의 묘미인 까칠까칠한 살아있는 화강암 특유의 손맛을느낄 수 가 없어서 일본인들이 몸가을에 한국에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그런면에서 보면 대도시에 이런 등반지가 있다는 것은 수도권 시민들에게 커다란 행복이다.
노후된 볼트 주기적으로 정비해야
현재 인수봉에는 90여개 정도 바윗길이 잇다. 각 길은 개척한 산악회에서 이름을 정한 것이 대다수이며,그들은 그 길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하지만 길을 냈음에도 관리가 되지 않은 길이 꽤나 많다. 몇몇 노후 된 볼트는 며 년주기로 정비를 해야 하고, 녹슨 볼트를 교체해야 하는데 길만 내고 하수 보수를 전혀 하지않고 있는 것이다.종종 이런 곳이 추락사고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길을 개척했다는 자부심만 뿐만 아니라 모든 산악인들이 안전하게 등반 할 수 있도록 길을 보수하고 관리해주는 책임이 진정한 산악인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출처 : 주간 산행
글 : 북한산 경찰구조대 김창곤 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