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빠지는 순서
다음달 결혼을 앞둔 회사원 윤모(24.여)씨는 살 때문에 고민이 많다.
갸름한 얼굴과 마른 상체를 지녔지만 유난히 살이 많이 찐 허벅지 때문이다.
윤씨는 식이요법과 함께 집중적인 달리기로 체중을 줄였으나 정작 원하는 허벅지 살은 빠지지 않고 얼굴살만 빠져 오히려 더 초췌해졌다는 말을 들었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살도 먼저 찌고 늦게 빠지는 부위가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어디가 먼저 찌고, 빠질 때는 어디가 마지막인가를 안다면 좀 더 체계적으로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고 전문의들은 충고한다.
대한비만체형의학회의 도움말로 살 빼는 요령을 알아본다.
■ 살은 허벅지부터 찌고, 빠질 때는 허벅지가 가장 늦다.
허벅지와 아랫배는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가장 빼고 싶어하는 부위로 꼽힌다.
강남의 닥터최바디라인클리닉이 20~40대 여성 1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자들이 살을 빼기 원하는 부위는 허벅지가 31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이 뱃살 28명, 종아리 17명, 팔뚝 16명이고, 얼굴살 8명 순이었다.
하지만 여자들이 살을 빼고 싶어 하는 부위는 살찌는 순서와 거의 일치하고 살이 빠지는 순서와는 정반대다.
우리 몸의 지방은 성과 연령에 따라 살이 찌는 부위가 달라지는 `신체 분포의 법칙'을 가지고 있다.
지방분해 및 저장에 관여하는 효소인 `리포단백리파제'(lipoprotein lipase.LPL)의 활성 부위가 성별로, 그리고 나이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LPL은 사춘기 때 엉덩이와 허벅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나이가 들어 중년이 되면서부터는 복부 쪽에서 활성화된다. 이로 인해 사춘기 때는 하체(허벅지, 엉덩이, 종아리)에, 중년 이후에는 복부에 집중적으로 지방이 축적된다.
이와 함께 우리 몸에는 지방을 더 빨리 분해하도록 도와주는 베타(β)수용체가 있는데 주로 얼굴 등 상체에 많다. 반면 지방 분해를 억제하는 알파-2(α2) 수용체는 하체 부분에 더 많다.
따라서 살이 빠질 때는 지방세포 분해효소의 활성도가 높은 얼굴이나 어깨부터 분해되고 수분이 빠져나간다. 이 때문에 하체의 살을 빼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얼굴살이 먼저 빠지게 되는 것이다.
특히 여성형 비만은 하체부터 군살이 붙는다. 엉덩이와 허벅지에 살이 붙고 그 다음이 복부 및 허리, 가슴과 팔뚝, 목, 얼굴 등의 순이다. 반대로 빠질 때는 얼굴이나 가슴 등 상체부터 시작해서 복부와 다리 등 하체가 마지막으로 빠진다.
이는 에스트로겐 등 성호르몬의 활동으로 출산 및 수유를 위한 엉덩이, 허벅지 주위 등의 지방이 쉽게 축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갱년기에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적어지면서부터는 남성형 비만인 복부비만이 증가한다.
중년 이후 여성이 아랫배부터 살이 찌기 시작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외에도 혈관의 분포와 혈액순환의 정도에 따라 신체 부위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혈관이 발달해 혈액순환이 잘 되는 곳은 비교적 살이 잘 빠지고 그렇지 않은 곳은 잘 빠지지 않는다.
■ 효과적인 살빼기 운동 요령
일반적으로 다리를 가늘게 하기 위해 자전거 타거나, 뱃살을 빼기 위해 윗몸 일으키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살을 빼려고 한 부위만 집중적으로 운동을 실시하면 해당부위의 근지구력이 늘고 기초대사량이 증가하는 등의 운동효과는 있지만 그 부위 지방만 특별히 많이 소모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대한비만체형의학회 최윤숙 학술이사는 "운동할 때 근육이 에너지를 소모하기는 하지만, 그 에너지는 몸 전체의 피하지방이 소모되면서 얻어지는 것"이라며 "부분적인 운동을 한다고 해도 그 부위만 살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살이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살은 순서대로 찌고 순서대로 빠지므로 꾸준히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만이 묘약이다. 운동도 효과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허벅지 살을 빼는 것이 목적이라면 유산소운동으로 몸 전체의 체지방량을 줄여나가는 동시에 다리 근육을 전체적으로 늘려주는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통해 하반신의 혈액순환을 좀더 활발히 하도록 해야 한다.
운동을 통해 살도 빼고 제대로 근육을 단련하려면 자주 쓰는 근육만 열심히 움직여 줄 것이 아니라 평소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찾아 움직여 주는 것이 좋다.
운동 전후에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안 쓰는 근육을 사용해주는 것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잠자기 전에 해주는 스트레칭 역시 몸을 풀어주고 혈액순환을 활발하게 해준다.
최윤숙 이사는 "부분 비만에 따른 신체상의 불균형과 평소 근육 사용의 불균형을 잡아주기 위해서는 마사지가 좋다"고 권유했다.
다리, 팔, 손목 등 긴 부위는 먼 곳부터 몸의 중심을 향해 쭉쭉 가볍게 밀어주고 복부나 엉덩이 부위는 손바닥으로 둥글게 문지르듯이 마사지를 하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때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너무 강하게 해서는 안된다. 만약 다리가 잘 붓는 편이라면 그 날의 부기를 마사지로 해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음식은 너무 짜지 않게 섭취해야 하며 적절한 스트레스 관리를 통해 식이요법을 충실히 해주는 것도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윤씨의 경우처럼 부득이 단기간에 부분비만을 해소할 목적이라면 비만클리닉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최 이사는 "살을 빼려고 하는 부위가 있다면 스트레스관리와 혈액순환을 돕는 마사지 등을 꾸준히 병행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