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반훈련및등반의세계

멈추는 확보 및 흘리는 확보

古山 2008. 2. 9. 07:48

멈추는 확보

요즘과 같이 잘 늘어나는 나일론 케른망틀 로프를 쓰기 전까지만 해도 선등자가 떨어질 때 떠는 가장 큰 두려움은 로프가 끊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그때 쓰던 로프는 자연 섬유인 삼으로 만들어서 떨어지는 사람을 확보자가 너무 갑자기 잡으면 로프가 끊어졌다.이런 문제점을 줄이기 위해서 소위 정적 확보(靜的確保)와 동적 확보(動的確保) 즉,로프를 바로 멈추는 확보와 조금 미끄러지도록 하는 흘리는 확보기술이 필요했다.

멈추는 확보(static belay)는 등반자가 떨어지면서 생기는 충격이 확보자에게 전해지기 전에 바로 멈출 수 있도록 로프를 잡아주는 확보 기술로 로프를 놓칠 위험이 적은 방법이다. 그러나 강한 충격이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 로프와 떨어진 사람,확보물이 부딪치고 떨어진 사람이 다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흘리는 확보(dynamic belay)란 등반자가 떨어질 때 확보자가 로프를 잡아주면서 로프를 알맞은 마찰력으로 미끄러뜨리면서 멈추게 하는 방법이다. 이 흘리는 확보방법은 멈추는 확보와는 반대로 확보자가 로프를 잡지 못하고 떨어지는 사람을 놓칠 위험이 있지만, 충격을 줄여주면서 멈추기 때문에 떨어질 때 전해지는 충격의 많은 양을 줄여주는 좋은 점이 있다.

마닐라삼 로프를 쓰던 시절, 로프가 끊어질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흘리는 확보기술은 꼭 필요했다. 그러나 요즘과 같이 잘 늘어나는 나일론 로프는 떨어질 때 생기는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 사실 흘리는 확보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그 이유는 멈추는 확보로 떨어지는 사람을 잡아도 로프가 끊어질 위험이 전혀 없어 안전하게 확보기술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때는 흘리는 확보기술이 중요하게 쓰일 때가 있다. 로프가 충격을 충분히 흡수했다 하더라도 등반자가 떨어질 때 생기는 충격은 대단한 것이다. 박아 놓은 확보물이 약해 충격 때문에 확보지점이 끊어지거나 빠져 버릴  위험이 있다면,흘리는 확보기술은 그러한 위험을 줄여주는 매우 중요한 기술이 될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멈추는 확보기술에서는 로프가 충격을 줄여주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에 로프의 특성이 아주 중요하다. 로프가 늘어날수록 충격은 작아진다.오래 전에 삼으로 만든 로프는 거의 늘어지지 않아 추락계수가 0.25를 넘으면 끊어졌다. 그러나 요즘 쓰는 등반로프는 잘 늘어나서 로프가 새것이고 흠집이 없다면 떨어지는 충격 때문에 끊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

UIAA에서 하는 로프 시험은 로프를 한 지점에 묶어놓고 하는 멈추는 확보 방법이고,추락계수는 1.7이다.이 로프 실험에서 로프가 견뎌야 하는 충격은 실제 등반 상황에서 일어나는 어떤 충격보다도 크다.

모든 확보가 떨어지는 사람을 바로 멈추게 하는 확보라면 떨어질 때 생기는 충격은 오직 추락계수에 따라서 그 크기가 정해질 것이다. 추락계수는 등반자와 확보자 사이에 빠져나간 로프 길이가 얼마 안되는 마디 시작부분에서는 크고,확보물을 걸면서 높이 올라가 로프 길이가 길어질수록 작아진다.

실제 등반 중에 멈추는 확보를 허리 확보나 확보기구를 직접 안전벨트에 걸어서 하는 직접학보를 한다면 확보자의 몸 움직임으로 충격을 많이 줄일 수 있다.또 떨어질 때 전해지는 충격은 확보 자세나 확보기구와 로프 마찰력으로 많은 양의 충격이 줄어 든다. 이런 점들은 멈추는 확보에서도 흘리는 확보 효과가 조금 일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흘리는 확보

확보에서 중요한 기술 발전은 확보할 때 로프 마찰력을 이용해서 속도를 천천히 줄이면서 멈추는 방법인 흘리는 확보(dynamic belay)의 충격을 줄여주는 효과에 대한 가치를 발견하면서 부터였다.1930년대와 1940년대에 미국의 시에라 클럽(Sierra Club)은 새로운 흘리는 확보의 중요성을 이론과 실험에서 보여줬다.이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등반에 많이 쓰이면서 현대 암벽등반이 미국 요세미테 지역에서 꽃을 피우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림 5-41에서 보는 것처럼, 흘리는 확보를 할 때 충격을 줄여주는 효과는 놀랄 정도로 커서 요즘과 같이 잘 늘어나는 로프와 비슷한 충격 흡수효과를 보여 준다. 예를 들어 등반자가 마지막으로 걸어 놓은 확보물에서 10m 더 올라간 위에 있고,확보자와 등반자 사이의 거리가 40m라면, 등반자가 떨어지는 거리는 20m 가 되고 충격을 흡수하는 로프 길이는 40m가 되 추락계수는 0.5로 계산된다. 이때 흘리는 확보로 로프를 33%(6.6m) 미끄러뜨려 멈추었다면 마지막 확보물에 걸리는 충격은 거의 50%로 줄어들 게 된다.

이 방법은 추락계수가 클수록 충격을 줄여주는 효과도 크다.이 도표는 40년전에 웨슬리(Wexler)가 연구한 확보 일반이론에 따른 것으로, 또 다른 여러 가지 간단한 문제들을 같이 생각하고 로프의 특성을 간단하게 정리했으며 확보 중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로프 마찰과 등반자가 떨어지면서 생기는 등반자와 바위사이 마찰은 무시했다.

요즘등반할 때 쓰는 케른망틀 로프는 잘 늘어나서 암벽등반을 처음 하는 사람들도 흘리는 확보에 대한 이론과 기술을 배울 필요가 없게 만들었다,실제로 케른망틀 로프는 종종 고무줄 로프'로 부르기도 한다.그러나 그것이 흘리는 확보에서 '로프의 미끄러뜨림'을 뜻하는 것은 아니고,로프가 늘어날 때 생기는 충격흡수 효과가 마치 흘리는 확보와 같다는 말이다.케른망틀 로프도 추락계수가 높거나 확보할 때 마찰이 작다면 로프를 미끄러뜨리면서 확보할 수 있다.떨어지는 충격으로 로프에 전해지는 힘이 확보자가 잡아주는 마찰력을 넘어서면 로프는 자연스럽게 미끄러지고 충격이 줄어들면서 멈추게 된다.

흘리는 확보를 할 때는 미리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다.로프를 미끄러뜨리면 충격이 줄어드는 대신에 미끄러뜨린 만큼 등반자가  조금 더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고,확보자가 떨어지는 등반자를 완전하게 멎게 하기 전에 바위에 부딪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확보자는 바위 모양과 등반자 움직임,로프 방향에 따라 로프를 어느 정도 미끄러뜨리며 흘리는 확보를 해야 할 것인가,하는 판단을 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암벽 등반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