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포스팅에 손을 놓은지 8개월째
이제 다시 블로깅을 시작하려 한다.
작년 겨울 실내암장에서 열심히 운동하여 몸을 만들어 디크커버리 대회를 끝으로 올해는 무엇인가 해보고 싶은 열정 하나로 그렇게 열심히 운동을 하였나 보다, 올3월 초 인공외벽에서의 간단한 체력 테스트 결과
"그래 올해는 먼가 해 낼 수 있을거야!"
그러나 3월8일 부상의 여신은 나에게 어김없이 찾아왔다.운동하다 떨어져 흉추11번이 골절되는 부상으로 허리 보호대를 착용하고 지내기를 4개월 그리고 이제 두 달째 재활훈련으로 인공외벽에서 서서히 몸을 만들고 있다.이미 굳어버린 나의 허리 근육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지금까지 나를 괴롭히고 있고 이미 늘어난 7kg의 체중은 그리고 불룩하게 나와버린 나의 배는 나를 더욱더 비참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골절된 11번 흉추는 어떠한가 다른 척추뼈보다 절반가량이 내려앉아 엑스레이 상으로 보아도 현저히 작아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천만 다행인 것은 등 쪽의 신경 쪽으로 골절되지 않고 배 안쪽으로 골절이 되어 그나마 걸어 다니면서 통원 치료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그래 올해는 지난주 인수봉 봔트길을 올해 첫 등반으로 추석연휴 9월9일 인수봉 남측의 언젠가 한번은 꼭 해보고 싶었던 블루마운틴길을 오전에 그리고 오후에 검악A를 등반하게 되었다.
▲ 여전히 뻑뻑해진 허리는 통증으로 인해 심한 운동을 할 수가 없다. 거의 1년가까이 바위를 하지 않았기에 둔해진 바위 감각 그리고 오늘따라 바위의 경사도는 왜 이렇게 오버행처럼 보일까?
▲ 아마도 이 길은 나에게는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슬링이 걸려 있는 이곳을 통과하기가 너무도 어렵다.물론 이런 난이도 등반을 지금 내가 한다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컨이 열심히 코치를 하지만 역시 이 길은 내가 가서는 안될 길임을 이곳에서부터 알 수 있었다.상당한 무리가 따랐음을 인정한다.부상에서 그것도 재활기간에 이런 등반을 한다는 자체가 무모하기 그지 없기 때문이다.원래는 검악A를 등반하기로 했는데 이미 다른 팀이 등반을 하고 있어 할 수없이 이곳을 등반하게 되었다.
▲역시 쉽지 않은 슬링이 걸려있는 구간이다.도대체 이곳을 어떻게 통과한단 말인가? 대략 난감하다.
걸려있는 슬링에 발을 걸어 올라가보려고 하지만 이것 또한 쉽지가 않다.
" 과연 여기를 어떻게 올라가야 잘 올라갔다고 소문이 난단 말인가?" ㅎㅎ
▲갈 수록 힘이 빠진 상태에서는 좀처럼 힘이 모아지지 않는다.두달 동안 재활운동을 한다고 했지만 역시 아직은 정상적인 몸이 아니니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밑에서 보기에는 밴드를 따라 쉽게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천만에 결코 쉬운 길이 아님을 알아야 할것이다.과연 누가 여기를 자유등반으로 완등을 할 수 있을까?
▲그래도 첫피치 확보지점이 가까워지고 있다.참으로 힘든 등반을 하고 있는 것이다.
▲" 그래 어떻게는 저기 까지는 올라가자! "
" 왜? 나는 리딩자이니까 후등자들을 올려야 하므로....."
▲그래도 상단 쪽은 어느 정도 등반이 원활이 되는 것은 이곳은 난이도가 조금은 낮은 탓일 것이다.
▲드디어 블루마운틴 첫피치 완료!~ "이 힘들다...에혀!~ 내가 왜 이런 길을 왔을까? "
▲두 번째 세컨 등반자 등반 모습이다. 처음에는 곧잘 잘 올라온다.물론 그곳은 그리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역시 그곳은 어렵다.세칸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추락의 연속............
▲그래도 역시 잘 올라온다.역시 대단한 실력이다.
▲많이 힘들어 하지만 역시 잘 하고 있다.
후기
우리는 사람을 만나는 횟수와 만나온 기간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며 종종 착각을 하게 된다.만나는 횟수와 기간을 친함의 전제 조건으로 삼기 때문이다.물론 물리적인 시간이 사람을 더 깊게 알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맞다.
그런데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많이 만난다고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자 오랫동안 만났다고 자주 만난다고 좋은 관계는 아니다.서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언제 만나든 기분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항상 웃는 사람이 타인에게 늘 좋기만 하는 사람은 아니다.또 진지한 사람이 반드시 재미없고 우울한 사람은 아니다.사람들은 저마다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필요에 의해서든, 인간적인 매력에 의해서든 처음에는 상대로부터 뭔가 특별함을 발견했기 때문에 본인이 움직였을것이다.이후에도 자신만 연락하는 관계라면, 연락을 멈추는 순간 관계도 끝이나지 않겠는가.표면적으로 친할뿐, 서로의 진정한 교감은 있을리 없다.
그렇다면 등반하는 사람들의 관계는 어떠한가.
아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는 등반을 잘 하지 않는것이다.
특히 선등자와 세컨은 로프의 흔들림만으로도 리딩자를 심리상태를 읽어낼 수 있어야 하며 로프의 끌림만으로 모든것을 완벽하게 읽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진정한 자일 파트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에 잦은 부상으로 괜한 투정만 부리고 그동안 하고 싶은 등반을 하지 못한 파트너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아무 말없이 기다려주고 인내해준 그 고마운 마음을 이 글로 대신한다. -- 고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