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등반후기

설악산 석주길에서 범봉까지

古山. 2010. 9. 9. 00:08

석주길에서 범봉까지 12시간의 등반  

 

오래 전 부터 언젠가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고 7월 초 일요일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다음 등반을 위해 들머리를 찾아 사전 답사까지 갔다가 왔지만 좀처럼 이 석주길과는 인연이 잘 닿지 않는다.

 

그리고 8월에 접어들면서 마음이 더욱더 조급해 진다.8월 한달 동안 24일 동안은 비가 내리고 6일정도만 맑았다는 기상청 예보대로 과연 설악산 등반이 가능하기나 할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또한 내가  정한 날짜가  9월 첫 째주 일요일로 일단 잡아놓고  산악회 카페에 공지를 올려놓았다. 누구나 다 알겠지만 설악산 암벽 등반은 국립공원 관리공단으로부터 사전 등반 허가를 받아야 등반을 할 수 있는 조금은 제약이 따르는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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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명에서 15명 정도 예상을 하고 공지를 하였는데 24명이 참가신청을 했다.회원수 35명에 24명 참석이라....가히 열정적인 산악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아직 동이 트지 않는 길을 선등에 나서는 내 모습을 실루엣으로 찍은 사진이다.

 

지난번 울산바위에 이어 이번에는 24명의 회원들과 함께 설악골을 완전 접수하기로 하였다.

 

토요일 저녁10시30분 천호역을 출발한 28인승 리무진 버스는 우리를 두시간 만에 설악동 입구 해장국 집앞에 내려놓았다.간단히 해장국 한 그릇씩을 먹는 팀과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온 팀들이 나뉘어 이른 아침을 해결하고 새벽2시30분 설악동 매표소를 거쳐 등반 허가서를 찾아 베낭 속에 집어 넣고 우리 일행들(설악골팀 15명과 삼형제봉팀 7명)은 그렇게 비선대 산장을 향해 희미한 렌턴 불빛에 의존해 힘찬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일요일부터 3일동안 비 소식에 마음을 졸였었는데 다행이 낮에는 비는 오지 않고 인제군 북면지역에 오후6시에 비소식이 있다는 기상청 동네 예보를 확인하였다.

 

 

석주길을 가기위 위해서는 설악동 소공원에서 비선대 산장을 지나

철 구름다리를 건너 좌측 천불동 계곡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조금 오르다 보면 첫 번째 철다리가 나오고 여기서 약 10여분 더 오르다 보면 등산로는 비탈길로 이어지며 몇 번 구부러진 제법 긴 두 번째 철다리를 건너가게 된다. 바로 위와 같은 철다리 이다.

 

 

다리를 건너가자 마자 바로 우측에 출입금지 표지판이 나오는데 이곳이 설악골로 들어가는 길이다.물론 이 길은 국립공원 관리공단에 허가를 받지 않고는 들어갈 수 없다.또한 허가된 기간 7월과8월 그리고 9월에 한해서 일시적으로 등반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산양의 번식기를 피해 등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설악골로 접어든 우리 일행들은 각자 천화대 팀과 흑범길팀 그리고 내가 가기로 한 석주길 팀이 서로 나뉘어 각자 리더들의 안내로 등반 들머리를 찾아가고 있었다.지난번 사전 답사 때 한번 왔던 곳이라 깜깜한 새벽인데도 그리 어렵지 않게 우리 일행들은 석주길 들머리를 찾을 수가 있었다.

▲ 동이트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등반은 시작되고 있는 모습이다.범봉까지 갈려면 갈 길이 멀다.

 

▲ 희미하게 실루엣으로 보이는 석주길을 가르키며 어떻게 등반을 할 것인지 설명하고 있는 내모습

 

새벽 4시를 넘긴 시간 우리 일행들은 석주길 들머리에서 희미한 랜턴불빛을 안내삼아 첫 피치를 가기 위해 그렇게 바윗길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석주길을 60년대 후반에 개척된 길로 요즘등반 루트처럼 생각해서는 크나큰 시행착오를 일으킬 수 있다.왜냐 하면 그때 당시는 등반 장비들이 열악한 상황이라 길을 개척한다 해도 장비가 턱없이 부족했을 것이므로  주로 하켄이나 자연적인 침봉 그리고 나무따위로 확보를 하면서 등반을 하였을 것이다.

 

 ▲ 직벽의 오르고 있는 내 모습을 후등자가 찍어준 사진이다.

 

또한 확보 지점이라고 해 보아야 침봉에 낡은 슬링이 걸려 있는 것이 전부이다.지금의 길처럼 볼트를 찾다가는 등반을 못할 수도 있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른다. 석주길 전 루트가 볼트와 확보지점에 인공 장비가 거의 박혀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 초 자연적인 상태 그대로의 길이다. 요즘의 루트의 개념이 아닌 환경 친화적인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침봉에 슬링이 걸려있거나 슬링에  낡은 잠금 비너가 걸려 있는 것이 전부이다.그러니 처음으로 석주길을 등반하고자 하는 등반자는 반드시 자신이 확보할 수 있는 캠과 충분한 슬링을 지참해야 한다.또한 한 두 곳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쉬운 등반 루트이다 보니 그냥 등강기 등반이 가능한 비교적 초보적인 등반루트라고 보면된다.

 

▲ 이곳의 직벽이 약간 어렵다.비교적 좋은 홀드를 잡고 위쪽으로 턱을 넘어가는 동작이 선등에 서는 다소 부담이 되는 동작이기는 하지만 한손으로 푸쉬 동작을 하면 쉬워진다.

 

          ▲ 바위에 자일을 고정시킨 모습이다.아래 등반자들은 이 자일을 따라 등반을 하면 된다.

 

또한 전체적인 등반피치의 개념이 없이 가다 침봉이나 나무가 보이며 그곳에 슬링 걸고 등반을 하면 된다.한 피치가 끝나고 내려서면 이곳이 한피치 인가 하는 생각밖에는 안들었던 것 같다.물론 굳이 따지고 싶지도 않고 확인하기도 어렵고....

 

▲  보기에는 다소 어렵게 보이지만 비교적 양호한 홀드들이 많아 초보자도 충분히 등반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캠은 중간 크기와 소형캠 몇개 정도면 등반이 가능하다.

 

주로 걸어가는 길이 많으며 등반 난이도는 쉬운 초급자 릿지 등반 루트인 듯 했다.그러나 등반길 찾기가 어렵다.보통은 볼트를 기준으로 등반을 하게 되는데 이곳은 그런 확보물이 없기 때문에 바로 리딩 자의 판단에 의해서 등반을 해야 한다.  

▲자일을 고정 시키자 마자 속속 올라오는 우리 6명의 대원 모습이다.

 

 물론 선등을 할 수 있는 바위 꾼이라면 어디가 길이라는 것은 첫눈에 알 수 있다. 사람들이 다녔던 바위와 그렇지 않는 바위는 얼핏 보면 모르지만 자세히 보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몇피치를 오르다 보니 건너편 천화대 왕관봉이 바로 눈앞에 나타난다.우리팀을 지금쯤 어디를 등반하고 있을지 아직 등반자들이 보이지 않는다. 

 ▲ 올라가야 할 등반 루트 모습이다.사람이 다녔던 흔적을 찾아 한피치 등반을 하기 시작했다.

 

▲ 희야봉 너머로 저 멀리 범봉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 석주길의 등반 라인이다.저 곳을 우리는 넘어왔다.참으로 멋진 기암절벽이다.

 

▲  위쪽에서 내려다 본 등반 라인이다. 웅장하던 바위도 위에서 내려다보니 아주 조그맣게 보인다.

 

▲ 희야봉 모습 이곳이 바로 8피치와 9피치로 이어진다.

 

▲ 석주길에서 바라다 본 흑범길 등반라인이다. 참으로 멋진 바위 모습이다.

 

▲ 석주길에서 바라본 공룡능선의 1275봉 모습이다.

 

▲석주길 제6피치의 등반루트이다.우측의 크랙으로 오르다 슬랩을 통과 후 왼쪽의 칸테로 등반이 가능하다

▲ 천화대와 합류되는 9피치 시작지점에서 바라다 본 석주길 능선 모습

 

가까이 당겨본 석주길 모습 

▲ 9피치 시작지점에서 바라다본 작은 범봉 모습이다.

 

▲ 천화대 합류지점에서 바라본 석주길의 빼어난 바위모습

 

 

▲ 희야봉 정상으로 이어지는 칼날능선 모습이다.이곳이 제9피치 이다.

▲희야봉 정상에서 바라다 본 작은 범봉 모습 그 아래로 작은 범봉 첫피치를 끝낸 클라이머 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아주 조그맣게 보인다.

 

▲ 희야봉에서 하강하다 보면 만나는 석주길 동판모습

동판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석주길 ...메아리 처 가는 요델 소리와 함께 젊음에 사라져간 岳友 엄홍석, 신현주, 이 아름다운 설악의 山陵에 한송이 에델봐이스로 피여나 영원히 山情 마시며 편안히 영혼의 깃 펴소서,

이 길을 故 岳友의 영전에 드림

Yodel 山岳會 

개척 : 1969.10.7,추모등반

 

 ▲ 희야봉에서 하강을 완료후 범봉을 가기위해 천화대 능선을 오르는 내 모습이다.

 

▲  비교적 쉬운 크랙과 중간에 하켄이 하나 박혀있고 중간에 한 동작이 약간 어렵다.

 

 ▲ 쉬운 릿지길을 지나면 마지막 범봉을 오르기 위한 침니구간의 마지막 피치가 기다리고 있다.

 

 

 

▲  드디어 범봉 정상 도착 힘들었던 기나긴 등반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  범봉 정상의 모습이다.두 바위가 갈라져 있다.

 

▲ 범봉 정상의 요델 산악회 동판 모습이다.

 

▲ 범봉 정상에서 바라다본 천화대 바윗길 모습이다.  

 

                                      ▲ 드디어 범봉 하강시작

 

하강은 60미터 자일로 25미터씩 끊어서 4번 하강하는 것이 안전하다.

60미터를 내려가게 되면 잘못하면 자일이 걸려 고생을 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등반요약

 

등반일 :2010년9월5일(일요일)

등반지 : 설악산 천화대 지구 석주길과 범봉

등반시간 : 약 12시간

등반인원 : 선등자 포함6명

날씨 : 흐림

등반난이도 : 5.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