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등반후기

설악,장군봉 바람과 어둠의 악천후 속에서 필사의 탈출

古山 2007. 10. 23. 09:01

설악,장군봉 돌풍의 악천후 속에서 살아남다.

등반후기를 쓰기 위에 모니터 앞에 앉았지만 좀처럼 이틀 전에 숨막히던 순간이 다시 몰려오면서 호흡이 가빠지며 심장의 박동이 빨라진다.다시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두 시간 반의 설악산 장군봉 하강 중 치가 떨리는 악몽의 순간이 되 살아나기 때문이다.

등반 전 상황

1년에 두번쯤은 설악산 등반에 나서는데 6월 초순과 9월달에 한번쯤 등반계획을 잡아 다녀오곤 했었다.그러나 이번 가을 계획이 10월 셋째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잡혀, 다소 춥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강원도 산간지방의 토요일 아침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강한 바람이 불겠다는 일기예보를 소식을 듣고 심히 걱정이 아닐 수 없었다.



금요일 오후 산악회 홈페이지 참가신청을 한 사람이 최종 남자7명과 여자3명 모두 10명으로 확정되어, 금요일 우리 대원들은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서울 태능입구역을 저녁 9시에 출발했다. 등반이라면 한가락씩 하는 등반인들 인지라 많은 인원이지만 크게 걱정되는 바는 아니었고,또한 올해 6월초에 같이 운동하는 동료 3명이서 간단하게 다녀온 코스인지라 별로 신경도을 쓰는 바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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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더 좋은것은 선등이 아닌 후등자로 간다는 것이 또한 즐거움 이었으리라.....

등반준비

열명의 인원이 승용차2대로 출발해 미시령 터널을 지나니 밤12시가 넘어 새벽1시가 다가오고 있다.설악산엘 가면 늘 하던 것처럼 황태 해장국 집에서 속을 달랜 후 출발할 줄 알았던 앞차는 휴게소에서 간단한 국물을 마셨는지 그냥 식당 앞을 지나쳐 소공원 쪽으로 가고 있다.소공원 주자 장에 들어서니 신흥사 주차 관리인들이 주차비와 입장료를 새벽 1시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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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파킹한 시간이 새벽1시15분, 희망자에 한해서 아침 해장국을 먹고 나니 이제 뭔가 앞이 보이기 시작하는 듯 하다.(나만 그랬나!~)새벽2시가 되지 않는 시간 대장의 지시에 따라 등반장비를 챙겨 짊어지고 소공원 신흥사 청동대불 앞을 지나며, 제발 오늘도 무사히 등반완료되기를 부처님께 합장 1배를 올리고 비선대 산장 쪽으로 향했다.
대장의 등반 스타일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시작했다 하면 불도저 식으로 밀어 부치는 뚝심좋은 대장의 성격탓에 누구하나 토를 다는 사람이 없다.그 조그만 체구 어디에서 그런 저력이 나오는지 한번 연구를 해 보아야 겠다.비선대 산장 앞 구름다리 앞에서 장비를 착용한 우리 대원들은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들모양 비장한 각오를 하였는지 서로간에 말이 없다.하강기와 카라비너 부딪치는 금속성음이 몰아치는 바람소리와 함께 이상한 앙상블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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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시작

새벽2시 45분 적벽 입구 삼형제봉 제1피치 에 도착하여 날이 어느 정도 밝으면 등반을 하자는 대원들과, 일찍 시작하여 일찍끝 내고 다른 등반을 하자는 대장의 뜻에 따라 등반은 시작되었다.만약에 대비해 겨울용 상의 두개를 껴입고도 부족해 비록 겨울 바지는 입었지만 설마 하며 하의를 방풍과 보온이 되는 윈드스토퍼 바지를 가지고 오지 않은게 이렇게 후회스러울 수가 없다.등반에 지장이 있을까봐 배낭에 넣고 있던 동계용 고어텍스 윈드 자켓을 꺼내 뒤집어 써보지만 이 자켓은 방풍과 방습효과는 아주 강하지만 정작 사람에게 필요한 보온이 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첫 피치를 출발한 대장은 초행길에 온사이트 그것도 오밤중에 하는 등반 제대로 길을 찾을 수 있겠는가.그래도 우리의 대장 타고난 기질을 발휘, 첫 피치를 등반완료를 힘차게 외친다.세컨으로 삐짐이님이 나섰으며 상당히 시간이 지체된다.아래서 기다리는 대원들은 추위에 오돌오돌 떨고 있다.더군다나 담요까지 덮고있는 성수의 모습에서 추위가 어떠했는지는 알수 있다.나는 세 번째 등반자로 나섰다.원활한 등반을 위해 등강기 등반으로 빌레이 없이 자력으로 등반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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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마디에서 후등자 빌레이를 보는데 몰아치는 돌풍은 그 기세가 꺾일 줄 모르고 더해만 간다.확보기에 자일을 거는데 손이 곱아 원활한 빌레이가 되지 않는다.또한 입이얼어 발음 차체가 정확하지 않다.네 번째 등반자 복둥이님이 등반을 시작했다.여성 대원들은 빌레이로 그리고 남성 대원들은 자력으로 등강기로 오르기로 했지만 등강기로 오르다보니 자일의 유통이 원할이 되지 않아 자일을 한동씩 매고 등반들 해야 하는 불상사가 생겨버렸다.

두번째마디 선등은 시작되는데 희미한 랜턴에 불빛만으로 바윗길을 찾기란 그야말로 봉사가 문고리 찾기만큼이나 어렵다.초행길 온사이트 등반은 대낮에 해도 어려운 법이다.하물며 새벽의 칠흑같은 어두운 곳에서의 등반이라면 더할 나위가 있겠는가.비교적 잡기 쉬운 크랙들로 이루어진 두 번째 마디는 중간쯤에 소나무에 확보를 하고 한마디를 짧게 끊어서 후등자 빌레이를 보고 있는데 세 번째 마디 시작지점에서
확보장비를 떨어뜨린 모양이다.어둠 속에서 소리를 들어보니 그리 그리 임에 틀림없다.툭 하는 둔탁한 금속성음이 들리는가 싶더니 어이쿠!~ 하는 소리가 들린다.세 번째 마디에서 선등 빌레이를 보려고 했던 삐짐이님이 떨어뜨린 것이다.바위에 맞아 튕겨나간 그리 그리는 두번째마디 등반 중이던 종률씨 헬멧에 맞고 저 아래 낭 떨어 지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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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 정상에선 후등자 모습


"에구!~십년감수 했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였던가.권금성의 케이블카도 강풍으로 운행을 중단했다는데 우리는 그래도 용감하게 등반을 감행했다.하여튼 우리는 돌풍 그리고 체감온도 영하15도의 악천후 그리고 주간도 아닌 야간에 등반을 하는 무모함을 스스로 자처하고 있었다.누가 우리들을 정상적인 사람들이라고 하겠는가.모험심이 무척 강한 사람들이거나, 아니면 소위 미x사람들 중의 한쪽일 것이다.뭐 전자야 누구나 다니는 세미리지 정도의 길이니, 모험심이 강한 사람들은 아닐 것이고, 후자에 가까운 사람들일 것이다.
세 번째 마디를 마치고 네 번째 마디를 올라가야 하는데, 이제 서서히 먼동이 트기 시작하며 어렴풋이 바위면이 렌턴 불빛이 아니라고 윤곽이 뚜렷하다. 그런데 "허걱!~" 6월달에 왔던 곳인 데 어디로 올라갔는지 생각이 도무지 나질 않는다.대장님이 나에게 물어보는데 이런 그때 어떻게 갔는지...이래서 죽으면 늙어야(?) 한다고 하나보다.대충 훓어보니 크랙으로 오를 수 있을듯 하여 그리 가시라고 했으나 선등이 어려운지 다시 내려온다.
타고난 바위꾼들이란 길을 찾아서 가는 것이 제격이다.등반에 꽃도 바로 온사이트 등반이라고 하지 않았던가.우리의 대장 가볍게 적벽 정상 확보지점에 도착한다.

적벽 정상 도착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의 적벽대전이 이런 곳에서 싸움이었을까.아마 이런 곳은 아닐 듯하다.그곳을 가보지 않은 이상 알 수 없지만 이곳처럼 생긴 바위는 아닐 것이다.

적벽의 오버행 벽을 타고 올라온 바람은 사람을 정상에 차분히 앉아 숨을 고를 시간도 허락하질 않았다.이곳을 옆으로 트레버스해서 클라이밍 다운으로 해도 되고 그렇지 않으면 적벽 정상에서 아래로 하강하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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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명봉 쪽에서 내려다본 적벽 아래로 비선대 산장과 천불동으로 오르는 구름다리가 조그맣게 보인다.

무명봉 등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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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형제봉 중에서 적벽과 장군봉 사이에 조그만 봉우리가 무명봉이다.이름이 없다는 뜻인가.무명봉은 오르내리기를 반복이 이어지는 곳인데 선등은 이미 저만치 나의 시야에서 사라진다.하강지점에 내려서니 두세 명이 야영을 할만한 곳이 나타난다.이곳에서 누가 야영을 했는지 한쪽에 은박지로된 비교적 아주 깨끗한 방석도 누가 바위에 넣어 놓았다.이곳에서 선등과 세컨 그리고 내가 잠시 바람을 피해 앉아 간식을 먼저 먹기로 하였다.잠시 빵으로 허기를 때운 우리는 다시 등반에 나섰다.


 무명봉은 유난히 짧은 하강포인트가 많이 나오게 되는데 하강지점에는 어김없이 오버행이 거나 바로 직벽에 가까운 곳에 하강지점이 설치된 것이 보통이다.허나 오늘 중간지점에서 등반을 시작했던 비교적 초보에 가까운 등반자 개운산이 하강에 대한 두려움일까 좀처럼 내려서지를 못한다.그도 그럴 것이 오버행 하강은 잘 하던 사람들도 어려운 법인다.초보에 가까운 사람이 하강하기는 어렵기 마련이다.


고량주 한방울로 추위를 달래다.

등반을 하면서 음주는 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맨 후미가 가지고 있는 고량주 한방울이 생각이 난다.그래 맨 후미를 보던 아침산이 오기를 기다려 하강지점에서 로프에 묶어 내린 다음 병 뚜껑에 따라 한방울 입안에 넣으니 입안이 화끈거린다.그러나 일시적이지 별 효과는 없어 보였으며 근본적인 추위와는 별로 상관이 없는듯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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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봉 하강포인트에서 후등자 들이 하강하고 있다.바람이 얼마나 몰아치는지 밑에서 자일을 잡고 있지 않으면 날아가 크랙에 끼거나 나무에 걸리기 일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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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불동 계곡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찍사의 모습을 담아보고.....무엇을 저렇게 열심히 찍고 있는지....성수 대원의 멋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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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명봉에서 바라본 장군 봉의 위용

장군봉 등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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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군봉 중간지점에서 바라본 적벽의 모습과 아래로 비선대 산장 지붕이 조그맣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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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군봉에서 바라본 유선대 리지길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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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봉 정상에서 바라본 천불동 계곡의 모습

크랙과 슬랩 침니가 공존하는 장군봉 시작점에서 바람이 제발 자주길 바래보지만 야속하게도 우리 마음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상황은 전개되고 있었다.비교적 쉬운 슬랩구간을 지나 선등은 장군봉 아래 나무에 로프를 고정 시켜놓고 후등자 들이 올라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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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군봉 정상의 선등자와 세컨 등반자의 모습에서 추위를 짐작케 한다.

3시30분 드디어 4명이 장군봉 정상에 도착했다.잠시 바위를 붙잡고 주위의 모습을 촬영하고 대원들이 올라오기를 기다렸다.한 30여분이면 등반이 완료될 줄 알았는데 이게 1시간이 지나고 30분이 더 지나도 올라올 기미가 젼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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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답답해 피스된 자일을 따라 하강을 해보니, 저 아래 성수가 자일 두동을 하네스에 달고 낑낑 대고 올라오고 있다.세상에!~자일을 끌고 올라오는 무게가 자신의 몸무게보다 더 무거울 텐데로 무늬만 여자인 우리의 성수는 용가하게 끌고 올랑고 있다.등반 중에는  자신의 자일은 반드시 달고 오던가 아니면 매고라도 올라와야 하는데 등강기로 등반을 하다보니 맨 뒤로 자일이 몰려버린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쥬마로 끌어올려 일단 자일을 내가 달고 먼저 올라가라고 했다.그리고 쥬마링으로 자일 두동을 끌고 올라왔다.등반을 모두 완료하니 5시가 휠씬 넘어버렸다. 햇빛이 자취를 감추자 아까 까지 잠잠하던 바람이 거세게 몰아친다.설악의 변화무쌍한 날씨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도와주질 않는다.정상에는 사람이 바로 설 수 없을 만큼 바람이 분다.한 대원은 바람에 날려가 바위에 무릎이 부딪쳐 깨지는 불상사까지 생겼다.하강 포인트를 찾기 위해 목에 걸고 걸어 갈수 없어 몸에 묶어가지고
네발로 기어서
걸어가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인지 내 자신이 한심스럽다는 생각이 든다.토네이도 바람도 아마 이정도까지는 아닌 성 싶다.엉금엉금 네발로 기어가 하강포인트에 자일을 링에 통과해 아래로 내리는데 바람에 날려 내려 보내면 다시 바람결에 따라 벽을 타고 역으로 올라온다.확보지점에
확보줄을 걸고 있는데 벌써 복둥이님이 하강지점에 도착해 나를 도와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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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미터 로프를 센타지점을 찾아 반으로 접어 하강을 하는데 바람에 밀려 다시 올라올려고 한다.바람이 너무 거칠어 60m 하강이 위험할거 같아 지난번에 하던 좌측의 하강포인트를 놔두고 우측에 있는 두 번째 하강지점을 택해 확보하고 두 번째 등반자가 내려오기를 기다렸다.이미 날은 저물어 어두움이 서서히 밀려오기 시작했다.

도시와 달리 산속에선 일몰과 함께 바로 어둠이 내리는 것이 당연한데도 오늘은 왜 이렇게 도와주지를 않는 것일까.두 번째 대장님이 하강하고 있다.세 번째 하강자까지 내려오자 60m자일 두동을 하강링을 통과시켜 연결하고 양쪽에 퀵드로우로 고정을 하고 외줄로 그리그리에 자일을 걸아 하강을 시도했다.중간의 돌발 상황에 대한 하강을 택한 것이다.

오버행을 내려서자 몸은 바람에 날려 시계추처럼 왔다갔다를 반복한다.하강길이가 길어질수록 더욱더 움직이는 반경은 커지면서 하강 포인트를 찾기 위해 내려다보니 왼쪽으로 10여m 떨어져 있는데 바람 때문에 접근하기가 어려워진다.바닥으로 바로 내려 갈수 있나 대장님 내려가 보란다.내려가 보니 확보 볼트가 없다.바닥에 까지는 약10 여m 정도 로프 길이가 짧다.허공에 날려버린 50여미터의 로프는 시계추처럼 날려 몸이 휙 돌아가면서 왼쪽 무릎이 바위에 부딪친다."어이구!~" 만약에 8자 하강기를 사용했더라면 아마 제동손을 놓치는 결과가 오고 말았을 것이다.그럼 나는 아마 지금 이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잠시 호흡을 고르며  쥬마를 주 자일에 걸어놓고 데이지체인을 걸었다.나에게는 조그만 슬링이나 레더가 없었으므로 결국에선 손의 힘만으로 쥬마링의 등반이 시작되었다.다시 올라야 할 길은 약 10여m 대장님이 썩은 돌저귀(문고리) 볼트에 이미 확보를 하고 있었다.가까이 가보니 아주 오래 전에 사용했던 것으로 볼트는 썩어 있었으며 부식이 심해 녹이 많이 슬어 있었다.썩은 슬링에 서너개 정도 연결되어 있었으나 결코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일단 하강로프에 체중을 실어 바위를 잡고 배낭에 넣어놓은 내 자일을 꺼내 금강굴 계단까지 자일을 내려 대장님에 먼저 하강을 완료했다.위에서는 여성대원들이 차례로 내려온다.결코 여러 명이 지탱할 수 없어 내려온 즉시 아래로 내려 보냈다.헌데 다음 하강자가 맨 뒤에서 마무리를 해야 할 아침산이 내려온다.허걱!~그럼 뒤에는 누가 있다는 말인가?....

일단 내려온 이상 하강하라고 하고 다음이 산머슴이 내려온다.가지고온 자일을 꺼내 피스된 자일을 연결해 두줄을 만들었다.그리고 두줄 하강시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자일이 꼬일 가능성이 크므로 자일 한동은 옆에 놓아두고 계속해서 한줄로 하강하라고 했다.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자일이 꼬이게 되면 회수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까 부딪힌 무릎의 통증이 몰려온다.

그리고 나는 산머슴에세 부탁을 했다. 후미 마무리를 보아줄 수 있느냐고 고맙게도 기꺼이 해주겠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도 어쩌면 나는 조그만 부상을 핑계로 후배에게 커다란 짐을 안겨놓은 것 같아 지금도 마음이 개운하지가 않고 미안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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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내려와 위를 처다보니 위에서 까만 물체가 서서히 내려오는데 오버행 허공에서 갑자기 바람과 함께 거꾸로 뒤집히는 모양이다.개운산이 내려오면서 360도 거꾸로 뒤집힌 것이다.만약에 당황하여 제동손인 오른을 놓았다면 바로 저세상으로 갈뻔한 위험한 순간에도 역시 생명은 질긴것인지 그 위급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잘 내려 왔단다.그리고 마지막 하강자가 내려올 차례인데 두 번째 하강포인트에서 두명의 등반자가 동시에 하강하는 모습이 하늘과 오버행 바위의 맞다은 부분에 까만 실루엣으로 보인다.세상에!~동시에 두 사람이 링으로 통과된 상태에서 하강을 하고 있었다.참으로 위험 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고의 고수들도 꺼리는 하강법이다.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잘못된다면 특히 링을 기준으로 매듭 반대쪽에 등반자가 잘못하여 하강로프를 놓치게 되면 반대쪽 등반자도 동시에 추락으로 이어진다.당연히 한 사람씩 고정로프로 하강을 하고 마지막 등반자만 두 줄 하강을 하는 것이 등반에 기본이 된다.

그래도 마지막 하강포인트까지 모든 대원들 도착 한결 마음이 놓인다.그 쪽은 여기서 크게 소리치면 희미하게 들리는 거리이므로 다소 안심이 든다.허나 도무지 하강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시간은 저녁8시가 가까워오고 있으므로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다.
두사람이 내려오고도 한참이 되어도 다음 하강자가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물어 보니 위 두번째 하강로프가 크랙에 걸려 회수가 안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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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까지 침착하게 행동하여 살아 돌아온 우리의 대원들 좌로부터 이정재,산머슴,개운산

로프를 그냥 버리고 하강하라고 했다.그런데 자꾸 내려오면서 개운산이 헤매고 있다.아직 등반에 익숙하지 않은지 계단까지 그냥 하강을 하라고 해도 그냥 감감 무소식이다.내가 마지막에 내려오는 사람만 두줄로 하강하라고 했는데 중간에 두 줄 하강을 그것도 초보에 가까운 개운산에게 맡겨놓은 것이다.바위면이 밋밋한 인수봉같은 경우 자일이 그냥 잘 내려가지만 이곳은 바위에 자일이 걸릴 확률이 높고 또한 나무에 걸릴 확률이 너무 많기 때문에 내가 그렇게 하라고 했는데 초짜에 가까운 개운산이 내려오면서 그걸 해결하고 있었으니 시간이 많이 지체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밑에서는 보이지 않으니 고래고래 소리만 지르지만 본인은 얼마나 답답했을 까를 생각하니 소리지른 내가 미안해 진다.그리고 무사히 차례차례 등반완료 후 한쪽 자일을 당겨보니 링이 없는데도 빠져 나온다.그래도 이것을 회수가 가능해 참으로 다행으로 생각했으며 나머지 60m 주 자일을 두동을 우리는 장군봉 두 번째 하강포인트에 헌납한 채 아주 비싼 등반을 했으며 무사히 등반 마치게 되었다.그리고 무사히 이성을 잃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준 우리 대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이 산행 후기로 심심한 위로의 말을 대신한다..........2007년 10월23일 古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