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등반후기

인수봉 벗길 마이웨이 길 등반

古山. 2008. 10. 13. 21:58

사는 것이 무엇인지 그동안 바위라는 것을 몇 개월째 거의 잊어버리고 살았다.

암장에서 매달려 본지도 6개월여 되어가면서 아랫배는 점점 방실방실 웃고 늘어는 체중은 갈수록 가파른 상승 곡선을 유지하는데 이러다가는 릿지 등반도 따라가기도 힘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늘 조바심이 난다.

원래 등반이란 자체가 생명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처음 만난 사람과 같이 등반하기를 꺼리는 것은 당연한 것임에도 멀티락 멤버들은 나를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우리나라에서 등반을 하는 클라이머들은 늘 한정되어 있어서 바윗길에 나서면 누구나 자주 만나게 되어있다.

물론 여기서 등반을 세분화 하자면 스포츠 클라이밍을 하는 사람들과 기존 바위를 하는 사람들 그리고 빅월 등반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면 과연 어느 등반은 가치가 있고 어느 등반은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 자기 나름대로 추구하고자 자기 자신만의 등반에 대한 스타일이 다르므로 어느 등반이 우월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멀티락은  어감 자체가 참으로 멋지다. 그야말로 멀티 플레이어가 되는 길이 여기에 있으므로......

그동안 주제넘게 등반에 대한 내 나름데로의 말도 안되는  포스트를 내 블로그에 쓰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바윗길에서 반갑게 인사를 주고 받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오늘도 역시 인수봉 전면벽의 심우길과 벗길 그리고 마이웨이 은정길이 있는 곳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하기야 휴일 이면 어느 루트하나 비여 있는 것이 이상할 정도이니 말이다. 벗길 첫피치에 도착하니 벌써 대장님께서는 벗길 첫 피치를 선등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그 옆 심우길은 사람이 너무 많아 아마도 오늘 하루종일은 걸릴 듯한 분위기이다.

그리고 취나드A  이 길은 나는 절대 잊을 수 없다. 등반을 시작하면서 맨 처음 선등을 해본 곳이 바로 이 취나드A 길이다.물론 두 번째 피치에서 결국 지쳐 선등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었지만 아무튼 그때는 그 용기가 참으로 대단 했던 것만은 틀림이 없을 것이다.

벗길 예전에 첫 피치 톱로핑으로 한번 올라가본 것이 전부인 이곳은 첫 시작부터 사람의 기운을 빼고도 남는다.역시 슬랩은 내가 넘어야 할 머나먼 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나는 여기서 세 번째 등반자로 나섰다.

그러나 역시 후등으로 가면서도 왜 이리 동작들이 서투를까   역시 바위는 많이 해본 사람한테는 당할 장사가 없는 것이다.

원래 바윗길에 들어서면 시끌벅 적하는 것이지만 오늘은 유난히도 더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이 많나 보다.

물론 정확한 의사전달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당연 하지만 쓸데없는 소리들까지 겹처 도무지 정신이 산 말할 지경이다.

이제 바윗길에도 서서히 단풍이 물들고 있다.며칠이 지나면 이곳 나무도 앙상한 가지만 남기고 황량한 찬바람만 불겠지만 약간 추운 것만 빼고는 등반하기에는 최적의 날씨가 아닌가 생각된다.

무지 헤매면서 첫 피치를 올라가지 대장님께서 선등빌레이를 보라 하신다.처음 보는 나에게 선등 빌레이라니

나를 밑는다는 이야기이지만 너무나 조심스럽다 온 신경이 등반자에 쏠려있다.무사히 두 번째 피치 등반완료

두 번째 등반자가 엄청 힘들게 올라가는 것이 보인다. 많이 어려운 곳인 보군....

아까 대장님이 올라가는 것을 보았지만 그곳에 가니 좀처럼 생각이 나질 않는다.대충 초크칠 된 곳을 보아가며 올라가는데 왼쪽발이 살짝 미끄러진다.손가락을 간신히 버티고 마지막 최대 크럭스 지점 왼쪽에서 우측 크랙을 잡으려고 하지 조금 짧다. 왼손을 살짝 언더 홀드에 손가락을 넣어보니 걸린다.언더 홀드 특성상 잡으면 발이 쵀대한 높게 올라가야 한다.그래야만 홀드가 좋아지기 때문이다.

 

다음에 손을 뻗으니 그야말로 마음이 편안한 홀드이다.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레이백 자세로 휴식 초크를 칠하고 이번에는 왼손을 최대한 높이 잡고 오른손을 뻗어보니 끝에 간신히 걸린다.거의 내 한 아름이다.이번에는 체중이동하여 윗 쪽을 잡으니 마음이 편안하다. 위를 보니 손가락 한개 한마디 정도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이 보인다.이곳인가 보다.그런데 왼손이 너무 짧아 다음 홀드에 미치지 않는다.다른 사람들 키 클 때 뭐했을까?

다시 밸런스 잡고 오른발을 한 뼘 정도 올리니 편안한 홀드가 왼손에 걸린다.

후등으로 추락에 대한 공포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등반을 하면서도 이렇게 힘이 드니 어지간히 먹고 놀았나보다.

 

 하강 후 점심먹고 마이웨이길 톱로핑 연습을 해보았다.아랫 부분에 누릉지 같은 바윗턱 덕에 쉽게 오를 수 있었지만 사람들이 등반을 하지 않아서 행거는 거의 녹이 슬어 있었고 슬링이 걸려 있는 곳에 다다르니 그 경사도가 장난이 아니다. 또한 푸석 푸석한 바위면 때문에 많이 미끄럽기까지 하다. 에혀!~ 열심히 따라다니면서 배워야 할 것 같다.